[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8000만원 이상 법인차에 연두색 전용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고급 자동차 판매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렸지만, 영업 일선에선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법인차 상품에 주력하는 한 캐피탈 알선 업체(에이전시) 관계자는 16일 "지난해부터 법인차 구매 시점을 조율하는 문의는 적지 않았다. 번호판이 바뀌는 것에 대해 민감해 하는 분위기는 확실히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올해 들어 거래가 줄었다던지 성사율이 떨어지는 등 영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입차 브랜드 영업 담당자(딜러)는 "연초는 고가 차량 거래가 적은 것이 일반적"이라며 "법인차 번호판 제도보다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이 더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 따라 법인차 전용 번호판 제도가 시행됐다. ‘연두색 번호판’ 장착 대상은 공공·민간법인이 신규·변경 등록하는 8000만원 이상의 업무용 승용차다. ‘8000만원’ 기준은 자동차등록부에 등록되는 출고가다. 

새 규정은 민간 법인이 직접 구매해 소유하는 차량뿐만 아니라 리스, 1년 이상 장기렌트, 관용차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단 기존에 운영 중이던 법인차는 원래 번호판을 그대로 유지하고, 개인사업자 차량은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법인차를 개인이 유용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개정안 발표 당시 전형필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부모가 속한 법인의 고가 수입차를 이용해 자녀가 심야에 유흥주점을 방문한다거나, 등교용으로 사용하는 등의 행태를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번 제도의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자칫 새 제도가 고급차 시장을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자동차 판매 관련 일부 통계 지표가 고급차 시장에서 '연두색 번호판' 기피 현상을 방증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승용차 등록 현황에 따르면 보면 지난해 신규 등록된 법인 승용차 가운데 취득가액이 3억원을 넘는 차량은 1858대로, 전년 대비 58.4%(685대) 증가했다. 

3억원 이상 되는 법인 승용차의 판매대수는 최근 5년 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연간 증가대수가 가장 많았던 건 지난해였다는 것이 양경숙 의원측 설명이다. 전용 번호판 제도가 시행되기 앞서 미리 구매한 수요가 그만큼 많았다는 방증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