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글로벌, 미래·한투증권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
자금조달 난항 속 최근 양사 회사채 공모 금리 상승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와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로 인해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전망을 강등당했다. 최근 투자심리 위축으로 회사채 조달에 다소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서 실제 신용등급 하락이 이뤄질 경우 금리가 대폭 상승해 자금조달이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S&P글로벌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P글로벌은 "국내외 부동산 시장 둔화로 인해 증권산업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부정적 등급 전망은 향후 1∼2년 동안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국내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S&P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부동산PF 리스크에 더욱 취약한 중소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낮춰졌다. 먼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11월 하이투자증권의 파생결합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IB부문 실적 둔화뿐만 아니라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의 건전성 부담이 확대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같은달 한국기업평가는 다올투자증권의 기업신용등급과 무보증사채 전망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기평은 평가의견 보고서에서 "투자은행(IB) 수익 급감과 대손비용 확대로 영업실적과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며 "부동산 PF 익스포저의 건전성 부담이 있어 유동성 대응력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22년부터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인해 부동산PF가 주요 사업인 중소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 및 신용 등급 강등은 어느 정도 예상됐으며 이는 실제로 이뤄졌다. 중소 증권사들의 경우 브릿지론, 본PF 후순위 등 비교적 고위험·고수익 사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본PF 선순위 등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을 주문하면서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으며 이같은 성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해 신용등급 전망이 낮아진 것이다.

아울러 S&P글로벌은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저는 평균 약 30%로 추정되는데 해당 투자자산의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되는 후순위 트랜치 또는 지분 투자다"라며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대체투자 관련 우려를 표했다.

자기자본 최상위권을 유지해 온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역시 수익 다각화를 위해 사업 영역을 해외로 확장하면서 해외 부동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부동산 가치가 낮아지면서 평가 손실 및 충당금 등을 반영해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4분기 3500억원의 투자목적 자산 평가 손실이 발생했는데 대부분 해외 상업용 부동산이다"라며 "지난해 말 기준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는 2조원이다"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1월 오픈컨퍼런스콜에서 해외 부동산의 총 익스포저는 2조6000억원이며 지난해 3분기까지 관련 손상차손 및 충당금을 2000억원 이상 적립, 4분기 1000억원을 추가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회사의 신용은 회사채 등 자금 조달하는 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한국투자증권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 당시 금리 5.175%를 기록했다. 대형 증권사의 3년 이하 만기 증권채 금리가 5%를 넘긴 것은 수년 만이다. 부동산PF를 비롯해 관련 우려들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낮은 금리로는 투자자들을 끌어오지 못한 것이다.

올해 초 3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한 미래에셋증권도 모집 금액은 모두 채웠으나 만기별 전 구간에서 민평금리 대비 높은 수준의 금리로 결정됐다.

이처럼 관련 우려만으로도 투자심리가 위축돼 비교적 높은 금리로나마 자금이 겨우 조달됐는데 실제 신용등급이 낮아지게 된다면 금리가 더욱 치솟아 부담이 가중된다.

중소 증권사의 경우 단기자금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증권사마저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부동산PF를 비롯해 증권사 전반의 자금 흐름이 경색돼 수익성과 자본건전성 악화가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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