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당기순이익 전년 대비 반토막...4분기 적자전환
자사주 매입 주가는 1년내 최고가...밸류업 프로그램 효과
연이은 IPO 주관사 선정에 글로벌 진출로 자존심 회복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절반 넘게 줄어든 미래에셋증권이 절치부심하며 새해를 맞았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친화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실적도 회복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주목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4분기 지배주주순손실 1598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손실 3500억원과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충당금 1000억원 등 비용 발생이 어닝쇼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일회성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전반적인 성적도 부진했다. 지난해 4분기 미래에셋증권의 순수탁수수료는 111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7.1% 감소했다. 이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변동성 증가로 전반적인 거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8.6%가량 줄었다.
IB 부문도 마찬가지로 3분기에 비해 5.8% 감소한 390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연결 매출 20조9532억원, 영업이익 511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9.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8.8%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980억원으로 2022년 대비 반토막 났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고금리 장기화 및 업황에 따른 손익 변동성이 확대된 결과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는데도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8000원대 중반으로 1년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25일 미래에셋증권이 7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미래에셋증권은 보통주 1000만주를 매입했다.
특히 최근 주가 상승세는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심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들에게 PBR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게 하고 주주가치 제고 우수 업체 등으로 구성된 지수·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로 증권, 금융지주 등 저PBR주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꾸준히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미래에셋증권이 상승세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실제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단순 저PBR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주주친화정책을 펼칠 여력이 있는지 등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미래에셋증권의 주주환원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투자의견을 '중립'을 제시하면서도 목표주가를 일제히 높였다. KB증권은 기존 6600원에서 7800원으로, 키움증권은 7500원에서 1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한 주요인으로는 역시 투자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꼽았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업권 평균 20% 수준인 자본대비 해외투자 비중이 미래에셋증권은 40%대로 해외 대체투자 관련 우려가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철 키움증권 연구원도 "보유 투자자산에 대한 평가손실 리스크는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자기자본 1위를 유지중인 미래에셋증권이지만 지난해 부진한 성적을 거둔 만큼 올해 자존심 회복을 위해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먼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상장을 주관한 현대힘스가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의 4배 상승)을 기록하면서 흥행에 성공했으며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는 토스의 대표 주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LS그룹의 자회사인 LS이링크의 대표 주관사로 선정되는 등 대어들의 IPO를 대거 차지하고 있다.
또 사업 영역을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미래에셋증권은 현지 주식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베트남에서도 전체 4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인도 10위 증권사인 쉐어칸을 인수하면서 인도 진출에도 나섰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인도 시장을 성장의 중심축으로 삼아 해외 법인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