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위한 Scope3 데이터 검증 어려워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조선업계가 탄소중립 대응의 최우선 과제인 온실가스 인벤토리(목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원을 규명하고 배출량을 산정해 저탄소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다만 배출되는 탄소를 기록, 산정, 보고하는 과정의 핵심인 데이터 관리 체계가 아직 자리 잡히지 못했다는 점에서 갈 길이 멀다는 진단도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HK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는 올해 하반기 내놓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지난해 배출된 온실가스량을 영역별로 공개할 예정이다. 고객사들의 탄소 배출 정보 공개 요청에 대응하는 것이다.
각사는 저탄소 경영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연료를 연소하거나 운송수단의 사용 및 공정 가동, 폐기물 처리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Scope1(직접배출)로 관리한다.
다른 기관의 전기나 열을 사용함으로써 배출되는 온실가스인 Scope2(간접배출)와 그 밖의 간접배출인 Scope3도 관리 대상이다. Scope3은 임직원의 출퇴근과 출장, 구매한 원재료 또는 1차 재료를 생산하는 경계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까지 고려하는 개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에너지 효율화, 친환경 연료 전환, 재생에너지 도입, 기후변화 대응체계 구축 등의 탄소중립 이행 로드맵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Scope1 관리를 위해 시운전 선박 및 운송용 차량에 쓰이는 연료를 수소, 메탄올, 암모니아 등으로 대체 중이다. Scope2는 조선소 내 LED 조명을 설치해 전력소모를 줄이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Scope3의 경우 GHG(Greenhouse Gas) 프로토콜에 준해 총 15개의 항목으로 나눠서 관리한다. 이 프로토콜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과 보고에 대한 회계처리처리 및 보고 기준이다.
15개 항목에는 △구매 제품 및 서비스 △자본재 △Scope1, 2에 미포함된 연료 및 에너지 활동 △업스트림(upstream), 유통 △사업장 발생 폐기물 △임직원 출장 △임직원 출퇴근 △판매된 제품의 사용 △판매된 제품의 폐기 △투자 등이 속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Scope3 배출량을 공개한 바 있다. 선도적 역할을 통해 국제표준 마련에도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ESG보고서에 Scope1, 2, 3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구매한 제품 및 서비스 △Scope1, 2에 포함되지 않은 연료 및 에너지활동 △업스트림 운송·유통 △사업장에서 나오는 폐기물 △출장 △통근 등 12개 항목으로 Scope3 배출을 관리한다.
한화오션은 △구매 제품 및 서비스 △자본재 △연료 및 에너지 활동 △업스트림 운송 및 물류 △사업장 운영 중 발생 폐기물 △업무 출장 △직원 통근 등 10개 범주로 Scope3을 따진다.
하지만 Scope3은 기업 내에서만이 아닌 협력사와 관련된 내용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데이터 수집이 어렵다. 온실가스 배출 산정에 대한 방법론도 제각각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관리 체계가 현재로선 잘 되어 있지 않다 보니까 추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직접 모든 데이터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부 항목을 토대로 추정을 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조선사가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첨부된 온실가스 배출 검증의견서를 보면 ‘제공된 데이터 및 샘플링 등 영향으로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달려 있다.
이는 Scope1, 2와 달리 Scope3의 경우 전수조사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Scope3 결과의 변동성을 감안해 숫자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고 진단한다. 데이터 수집의 범위와 추정치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달라지는 만큼 단순 수치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환경컨설팅 분야 한 전문가는 “기업의 구조를 바로 알고 Scope3 정보에 접근해야 한다”라며 “일반 소비자의 경우 숫자 중심으로만 보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데이터 공개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Scope3 데이터 관리를 두고 기업계는 ‘원팀’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Scope3 산정 방법에 대해 상호 공유하거나 이런 활동을 위한 원팀 대응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종오 한국사회투자책임포럼 사무국장은 “Scope을 산정할 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게 나오도록 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라며 “사업 활동에 대한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자는 공통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산업별, 업종별, 규모별로 탈탄소 전환의 동기를 유형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