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오랜만에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기억 속 과거 모습보다 길거리는 훨씬 깨끗했고, 곳곳엔 재개발이 한창이었다. 자동차들도 다양해졌다. ‘마천루의 도시’라는 별칭답게 높은 건물들에 압도당하는 느낌도 받았다. 

이방인에 대한 벽은 더 두꺼워진 느낌이었다. 카카오톡은 먹통이고, 구글이나 유튜브는 접속 불가였다. ‘알리페이’가 없으면 생수 한 병 사 마실 수 없었다. '2024 오토 차이나' 모터쇼 입장권을 발급받기 위해 등록센터에 방문하니 ‘도장이 찍힌 허가 서류’를 받아오라 했다. 두 시간 남짓이나 실랑이 끝에 이들이 내준 건 20분마다 업데이트되는 QR코드였다.

모터쇼에서는 ‘기름냄새’가 나지 않았다. 중국 업체들은 소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제외하곤 모두 전기차로 전시장을 채웠다. ‘최근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됐는데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그렇지 않다. 차를 만드는 족족 팔린다. 공급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시장 분위기와 달리 '우리끼리'는 문제 없다는 것이었다.

‘애국심 마케팅’도 눈에 띄었다. 레이 쥔 샤오미 회장은 “우리 신차(SU7)가 테슬라 모델3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며 공격적인 발언을 이어갔고, 경쟁사인 BYD 부스를 방문해 덕담을 주고 받았다. “중국 전기차가 세계 최고”라는 말들이 오갔고, 현지 언론들은 열광적으로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그들의 말대로일까. 중국 승용차정보연석회(CPCA)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37% 증가한 890만대였다. 직년 연도인 2022년 성장률이 100%를 넘어선 것과 비교해서는 다소 주춤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에 판매된 전기차는 약 1406만대로 전년 대비 33.4% 증가했다. 2021년 성장률 109.0%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56.9%를 기록하는 등 둔화되는 추세다.

중국 전기차 시장도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번 모터쇼에서 중국 업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전기차를 쏟아냈다. 다른 나라 브랜드에 대한 경계심은 더 짙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 자동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제품력이 올라간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이렇게 많은 차를 쏟아내면 감당이 될 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나라 기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아무리 자동차 시장이 신차 장사라지만 중국 시장은 좀 과한 감이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에 말 그대로 '올인'한 상황이다. 내연기관차 경쟁에서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 2000년대 중반부터 전기차 드라이브를 걸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배경으로 중국 기업들은 양적 성장에 성공했고, 최근 2~3년 내 동유럽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수출 물량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이런 중국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 여파는 상상 이상일 수도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했던 모터쇼 현장의 이면에는, 어쩌면 불안감이 감춰져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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