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1·2위' 삼성·미래에셋운용 최근 잇달 총보수 인하로 고객 유혹
상위 노출 위해 리브랜딩...한투운용 사례에 하나는 '실행', KB는 '검토'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인기가 거세지면서 운용사들의 투자자 유치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운용사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기 ETF의 총보수를 인하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으며 다른 운용사들은 검색 상단 노출을 위해 리브랜딩에 나서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9일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연 0.0098%로 인하했다. 국내 상장된 전체 ETF 중 최저 수준이다.
미래에셋운용의 이번 운용보수 인하는 업계 1위인 삼성운용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의 ETF 시장점유율(순자산 기준)은 삼성운용이 39.23%로 선두며 미래에셋운용이 36.54%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삼성운용이 미국 대표지수 ETF 4종의 총보수 인하를 발표하면서 선제 행동에 나섰다. 삼성운용은 지난달 19일 △KODEX 미국S&P500TR △KODEX 미국나스닥100TR △KODEX 미국S&P500(H) △KODEX 미국나스닥100(H) 등 4종의 ETF 총보수를 연 0.05%에서 연 0.0099%로 인하했다.
특히 KODEX 미국S&P500TR ETF의 경우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는 대형 ETF로 인기 ETF의 보수가 저렴해진 만큼 투자자들의 유입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총보수 인하 당일인 지난달 19일 KODEX 미국S&P500TR ETF의 거래량은 전일 대비 2배 수준인 약 239만주로 나타났다.
삼성운용에 맞서 미래에셋운용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의 총보수를 낮췄다. 지난 2월 처음 상장된 해당 ETF는 출시 2달 만에 시가총액 6000억원을 넘어섰는데, 금리를 추종하는 상품인 만큼 안전성을 갖춰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인기 ETF의 보수가 인하된 만큼 운용사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운용의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최근 한 달 거래대금은 696억원으로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연 4억원이 넘는 총보수가 8200만원으로 급감한다.
삼성운용 역시 지난달 총보수 인하를 실시한 ETF 4종의 최근 한 달 거래대금 총합은 195억원으로 연 1억2000만원가량의 보수가 2317만원으로 감소한다.
이러한 수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운용사들이 총보수 인하를 단행하는 등 행동에 나선 것은 최근 ETF 시장 성장에 따른 고객 유치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2022년 대비 54% 증가한 121조원으로 나타났다. 또 일평균거래대금도 2022년 2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2000억원으로 15.3% 증가했다.
삼성운용의 경우 이번에 총보수를 인하한 'KODEX 미국S&P500TR'과 'KODEX 미국나스닥100TR'의 순자산총액이 미래에셋운용의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총보수를 낮춰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해 상대 혹은 다른 경쟁사의 투자자를 끌어오겠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운용의 경우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상품이 국내 최초 CD 1년물 금리 추종 ETF인데다 보수까지 낮춰 진입장벽을 구축하게 됐다.
이러한 총보수 경쟁 이외에도 운용사들은 리브랜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ETF시장 내 같은 종목으로 구성된 상품이 여럿 있어 같은 ETF를 검색하는 경우 브랜드 명칭의 알파벳 순으로 상품이 뜨게 된다. 이로 인해 조회 시 상단부에 뜨게 되는 이점을 노리기 위해 리브랜딩을 실시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10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ETF 브랜드 명칭을 기존 'KINDEX'에서 'ACE'로 변경한 이후 지난해 ETF 시장 점유율이 2022년 대비 1%가량 증가했다.
이에 지난해말 새출발한 하나자산운용이 지난달부터 브랜드 명칭을 'KTOP'에서 '1Q'로 바꿨으며, KB자산운용 역시 기존 'KBSTAR'에서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