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주기 T+2일→T+1일로 단축...국내 시장과 같아져
빠른 자금 회수 등 개선돼 서학 개미 더욱 늘어날 가능성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미국 증권시장의 결제주기가 하루 빨라지면서 당분간 시장에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는 국내 주식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빠른 거래자금 회수로 인한 유동성 증가 등 미국 주식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돼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현지시간)부터 미국 증권시장의 결제주기가 기존 T+2일에서 T+1일로 단축된다. 이로 인해 국내 미국 증권시장 투자자들도 미국 주식이나 주식 매도대금을 기존 T+3일에서 T+2일 만에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결제주기 단축은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증권시장의 증가된 변동성 때문으로 특히 지난 2021년 게임스탑 사태가 불을 지폈다. 게임스탑 사태는 대형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대응해 인터넷 커뮤니티 중심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매수하면서 주가가 폭등한 사태로 하루 만에 주가가 2배 넘게 뛰기도 했다.
특히, 게임스탑의 매매가 증가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량이 많은 온라인증권사 '로빈후드'가 결제 담보 예탁금 부족으로 매수주문 제한 조치를 해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주식 매매 후 소요되는 2일 동안 주가가 급변해 증권사들이 거래 대금을 못 받거나 인상된 만큼의 예탁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등 결제 위험이 있었으며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빠른 거래 자금 회수라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시장은 결제주기 단축을 주장해 왔다. 이에 더해해 게임스탑 사태까지 발생하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해 2월 결제주기 단축을 결정했다.
미국 증권가는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에 대비하기 위해 인원을 늘리거나 시스템 보안과 같은 준비에 나섰지만, 단축 직후 한동안은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는 등 다소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관련 소식을 접하지 못해 자금을 마련하지 못 하거나 달러 확보를 못 하는 등 거래 실패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결제주기 단축에 맞춤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초기에는 단기적인 결제불이행의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며 "또 미국은 주식 병합 등의 이벤트가 있는 경우에도 거래가 지속되는데, 증권사의 시스템이 이에 맞추어 제대로 수정되지 않는 경우 권리처리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도 이에 대비하기 위한 제반사항 마련에 나섰다. 한국예탁결제원은 미국 시장 보관기관인 씨티은행과 함께 T+1일 결제의 쟁점과 이행사항 등을 검토했으며 국내 증권회사 대상으로 업무시간 조정, 전산시스템 성능·처리속도 개선 및 결제 이행지원 등의 추진과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예탁원은 미국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이 국내 투자자의 주식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탁원 측은 "거래시간이나 거래방식 등은 변동 없으며, 결제주기 단축으로 인한 추가적인 거래비용 증가 등도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금융감독원은 미국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을 앞두고 주의사항을 발표했다. 먼저 미국 주식 미수거래를 이용 중인 투자자는 미수거래 변제 대금을 기존보다 하루 일찍 계좌에 입금해야 하며 미국 주식 배당을 원하는 투자자는 배당 기준일 2일 전까지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에 미국 증권시장의 결제주기가 단축되면서 국내 증권시장의 결제주기와 사실상 같아졌고, 이로 인해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더욱 찾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관측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반감과 함께 서학 개미 열풍이 불면서 최근 몇 년 새 미국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결제 대금은 465조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에도 1분기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난 4조원에 달하는 등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증권시장의 결제주기 단축은 빠른 자금 회수로 이어지기 때문에 증가된 유동성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결제주기 단축으로 미국 증권시장 내 결제 실패가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리스크 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에 거래수수료 인하 등 투자자 혜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