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교수 54.7% 무기한 휴진 돌입
의협, 18일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 진행
尹대통령 "비상 대책에 만전 기하라"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휴진에 들어간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모습.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 967명 가운데 529명(54.7%)이 집단휴진에 동참한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휴진에 들어간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모습.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 967명 가운데 529명(54.7%)이 집단휴진에 동참한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의료계 불법 진료 거부에 대한 비상 대책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 이같이 당부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서 촉발된 의정 갈등은 지난 2월부터 지속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이런 메시지를 낸 것은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대병원 강남센터·서울시보라매병원 4곳의 일부 교수들이 이날부터 무기한 휴진에 나서는 등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을 예로 들면 무기한 휴진에 나선 교수들은 전체 967명 가운데 54.7%인 529명에 이른다. 사실상 절반 이상의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하면서 수술실 가동률은 33.5%로 예상된다.

문제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하고 사법 처리 위협 중단 등 3가지 대정부 요구사항을 공개했다. 의협은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예고했던 '18일 집단 휴진'을 보류하고, 전회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에는 의협이 주도하는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가 열린다. 의협이 중심이 된 휴진도 진행된다. 여기엔 전국 각지의 대학 병원과 개원의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의료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대학교병원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쓴 '휴진을 시행하며 환자분들께 드리는 글'이 붙어 있다. 이날부터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대학교병원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쓴 '휴진을 시행하며 환자분들께 드리는 글'이 붙어 있다. 이날부터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 의료개혁 완수 의지 확고…'전국 단위 순환 당직제' 시행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의료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 대통령의 메시지와 별개로 한 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 총리는 "몸이 아픈 분들이 눈물로 집단휴진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는데도 지금까지 의료계가 집단휴진 결정을 바꾸지 않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상처를 남기고 의사와 환자가 수십 년에 걸쳐 쌓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의대 증원 백지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조치를 시간을 거슬러 아예 없던 일로 만들 순 없다는 것이다. 다만 대화의 문은 열어놨다. 한 총리는 "정부는 모든 대화에 열려 있고 항상 준비되어 있다. 어떤 형식이든 의료계가 원하면 만나고 논의하겠다"며 "의료계가 집단휴진을 하는 대신 의료 개혁의 틀 안에 들어와 의료 개혁의 브레인이 되어 주시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골든타임(최적기) 내 치료해야 하는 환자 진료를 위해 '중증 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 당직제'를 실시했다.

순환 당직을 신청한 기관들은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등 4개 광역별로 매일 최소 1개 이상의 당직 기관을 편성해 야간과 휴일 응급상황에 24시간 대비한다. 대상 질환은 △급성대동맥증후군 △12세 이하 소아 급성복부질환 △산과 응급질환이며 향후 다른 응급질환으로 대상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암 환자가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립암센터 병상도 최대한 가동하고, 서울 주요 5대 병원(가톨릭성모병원·서울대병원·서울삼성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과 핫라인도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장 의료진 지원을 위해 진료 지원(PA) 간호사에 대한 별도 수당을 7∼8월에 지급하고, 의료 인력 신규 채용 인건비와 기존 인력 당직비 지원 대상은 상급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 수련 종합병원으로 확대하는 등의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이번 집단휴진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의료계를 설득하는 한편 집단 휴진이 발생하더라도 병·의원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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