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홍일 사퇴 비판…"방송 장악 뺑소니범"
후임에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등 거론

국회에서 본인의 탄핵안을 처리하기 전 자진 사퇴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에서 본인의 탄핵안을 처리하기 전 자진 사퇴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방통위의 업무가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야권에서 발의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 김 위원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이같은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조금 전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해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재직하다가 지난해 12월 취임했다. 하지만 야권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6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같은 사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벌써 두번째다. 지난해 연말에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국회 본회의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취임 90여일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전 위원장에 이어 김 위원장까지 스스로 물어난 것은 방통위의 업무가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오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최장 180일동안 업무가 정지된다. 방통위의 업무 역시 중단된다. 김 위원장은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돼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사퇴할 수도 없다. 윤 대통령이 이 전 위원장에 이어 김 위원장의 사표까지 수리한 것은 사실상 방통위의 업무가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하자 야권에서는 쓴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공영방송을 무너뜨리고 도망친 ‘방송장악 뺑소니범’ 김홍일 위원장을 지명수배한다"며 "‘런동관’(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런종섭’(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이은 ‘런홍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언론 장악에 부역하다 탄핵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줄행랑쳤다"며 "법원은 이미 방통위의 2인 운영을 위법하다고 판시했고, 국민께서도 방통위를 불법 운영해 공영방송을 대통령에게 바치려고 한 김홍일 위원장의 탄핵과 방통위 정상화를 명령하셨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민주당은 김홍일 위원장이 도망쳐도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국민의 열망인 방송4법을 반드시 처리해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으로부터 언론을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변인은 "이 전 위원장에 이은 두 번째로, 그야말로 파렴치하고 뻔뻔한 ‘언론장악 먹튀행각’ 2탄"이라면서 "우리 헌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탄핵을 청구해야 할 수준"이라고 밝혔다.

임명희 사회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오늘 본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이 보고될 예정이었다. 그 직전에 비겁하게 사퇴한 것은 자신의 죄를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방통위원장이 문제가 아니다. 윤 대통령도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에서 고생하지 말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2인 체제인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1인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후임이 오기 전까지 방통위는 이 부위원장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가 상임위원 5인 합의체제 기구인 만큼, 전체회의 소집이나 의결없이 필요한 업무만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후임으로는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임 방통위원장은 20여일 정도 소요되는 청문회 절차 등을 거쳐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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