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가입자, 상품 해지 않고도 이전 가능해
주식 관심 급증·은행 상품 제약으로 증권사 쏠릴 가능성
고객 선점 위해 사전예약 시 앞다퉈 상품 증정 이벤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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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다음달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주식 투자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증권사로의 이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선점해 놓기 위해 사전예약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5일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퇴직연금을 현금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타사 계좌로 옮길 수 있게 된다.

현재도 퇴직연금의 타사 이전은 가능하다. 그러나 현금만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상품을 매도하거나 만기까지 기다린 뒤 현금화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상품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나 보수를 추가로 내야 했으며, 이전 후 다시 일일이 상품을 다시 매수해야 해 번거로웠다. 

또 예금도 마찬가지로 만기가 2~3년인 경우가 많은데, 중도해지할 경우 만기 금리가 적용되지 않아 손실이 발생하며 만기에 맞춰 이전하려고 해도 가입 시기가 각각 달라 만기를 맞추기 어려웠다. 이에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이러한 번거로움이 줄어든다. 

다만, 개인형퇴직연금(IRP)은 IRP로만, 확정기여형(DC)은 확정기여형으로만 이전이 가능하다. 또 이전할 금융회사에 보유한 상품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현물을 이전할 때 해당 회사에 상품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전해야 한다.

400조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 회사 간, 업권 간 장벽이 무너지면서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증권사들의 경우 은행의 고객을 끌어올 수 있어 고객 유치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은행의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7조1945억원, 증권사는 94조512억원으로 증권사는 은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최근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퇴직연금을 주도적으로 운용하고자 하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말 기준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대비 15조9000억원 증가한 반면, 증권은 17조5000억원 늘어났다. 또 은행 퇴직연금의 경우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실시간 거래하지 못한다는 불편함이 있어 증권으로의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 간의 고객 유치 경쟁은 이미 시작한 모양새다. 고객들을 잡아두기 위해 이미 사전예약 이벤트 등을 진행 중이다. 

제도 시행 두 달 전인 지난달 19일 한국투자증권이 먼저 사전예약 이벤트를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퇴직연금 현물이전 상담신청을 할 경우 3000원 상당의 CU 편의점 상품권을 증정하며 예약을 완료한 IRP 고객에게는 5000원 상당의 CU 상품권 등을 추가로 증정한다.

삼성증권은 IRP 계좌 이전을 예약한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메가MGC커피 아메리카노 쿠폰을, 이후 1000만원 이상 자산을 이전하면 신세계상품권 3만원을 전원 지급한다. 신한투자증권도 IRP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에 실물이전 정보를 등록할 경우 추첨을 통해 3000명에게 치킨 쿠폰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같은 증권사들의 적극 행보에 업계 1, 2위인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차증권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3조7000억원, 현대차증권은 16조7000억원이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고객 유치를 위해 9일 퇴직연금 사전예약 이벤트를 실시한다. 먼저, 퇴직연금 실물이전 상담을 예약한 고객에게는 GS25 모바일 상품권 3000원을 전원 지급하며, 100만원 이상을 IRP와 DC형에 실물 이전을 완료하면 추첨을 통해 LG전자 코드제로 로봇청소기,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애플 에어팟 등을 증정한다.

반면 현대차증권의 경우 별도의 사전예약 이벤트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ETF, 채권 등 상품의 다양성과 전산 인프라의 편의성 증대에 중점을 두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을 한 달 앞두고 예정된 날짜에 시행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업권 전체에서 시행되는 제도인데 회사마다 시스템과 관련한 여력이 다른 만큼 시행에 맞춰 만반의 준비가 될지 의문이다"라며 "시기가 미뤄지거나 제때 시행이 되더라도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는 등 혼동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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