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표지수와 달리 질적요건 도입...시총 상위기업도 배제 가능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중 LG엔솔·삼바·KB금융·포스코홀딩스 제외
코스닥은 클래시스·리노공업만 포함
30일 실시간 지수 제공...오는 11월 관련 ETF·선물 상장

24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설명하고 있다.
24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한국거래소는 24일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일환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거래소는 전산 테스트가 완료되는 오는 30일부터 실시간 지수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오랫동안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지난 5월부터 프로그램 중 하나인 밸류업 공시가 시행됐으며 밸류업 참여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등 프로그램 시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시장평가 및 투자유도를 위해 개발됐다.

거래소는 최적의 밸류업 지수개발을 위해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시장참가자들과 각계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수렴한 결과 시가총액과 같은 외형요건뿐만 아니라 질적요건도 평가지표로 활용했으며 특정 산업군에 편중되지 않도록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또 다양한 방식을 통해 기존 기업가치 우수 기업뿐만 아니라 향후 가치성장이 기대되는 기업도 적극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구체적으로 거래소는 △시장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을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기준으로 삼았다. 먼저, 시총이 상위 400위 이내며 최근 2년간 적자가 지속되거나 2년 합산 손익이 적자가 아닌 기업을 추려냈다. 또 그중 최근 2년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을 실시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 순위가 전체 혹은 산업군 내 50% 이내인 기업을 걸러낸 뒤 자본효율성 평가 상위 100개 기업을 편입 종목으로 확정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국내 증시 저평가의 주된 요인으로 낮은 자본효율성과 주주환원이 지목된 바 있는데, 실제로 국내 증시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배당 성향이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라며 시총, 수익성과 함께 PBR을 핵심 지표로 채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같은 심사를 거친 결과, IT 기업과 산업재 기업이 각각 20여개로 가장 많이 편입됐으며 헬스케어, 자유소비재, 금융·부동산, 소재, 필수 소비재 기업이 약 10개씩 포함돼 전체 산업군이 고르게 편입되게 됐다. 또 전체의 67%는 유가증권 시장 기업이, 나머지는 코스닥 시장 기업으로 시장 간 분포도 적절하다는 평가다.

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특히 23일까지 밸류업 계획을 조기 공시한 기업 중 일부는 특례로 이번에 편입됐는데 현대자동차,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지수 운영에 필요한 최소 편입요건인 수익성, 시가총액 등이 충족돼 편입됐다. 반면, 콜마홀딩스나 에프앤가이드, DB금융투자 등은 최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미편입됐다.

거래소는 내년 6월 정기심사부터는 최소 편입요건을 충족한 '표창기업'에 대해서도 특례편입을 실시하고 미편입 기업 중 공시 이행기업에는 지수 편입 심사기준 완화 등 인센티브를, 기편입종목 중 공시 미이행 기업에는 페널티를 부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2026년 6월 정기심사부터는 공시 이행기업을 중심으로 지수가 구성된다.

거래소는 기관 참여 확대와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해 코스피 200 등 기존 시장 지수와 차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밸류업 지수만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질적요건을 도입해 시총 상위기업이라도 배제될 수 있다"라며 "코스피 200과는 달리 개별종목의 지수 내 비중 상한을 15%로 제한한 것도 차별점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피 시장 시총 상위 10대 기업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KB금융, POSCO홀딩스가 편입되지 않았으며, 코스닥 시장에서는 시총 상위 10대 기업 중 클래시스와 리노공업만 지수에 편입됐다.

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지수의 분석 결과 코스피 200 대비 PBR과 주가수익비율(PER), ROE, 배당성향 등 지표 전반에서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는 이번에 공개된 밸류업 지수가 한국 증시의 재평가를 이끌어내고 기업가치를 중시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은보 이사장은 "우리 증시가 양적 성장을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성 문제나 주주환원 정책 등으로 인해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라며 "이번 지수 발표로 밸류업이 활성화되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30일부터 실시간 지수 산출이 개시되며 지수 연계 ETF는 증권신고서 제출 및 상장심사 소요 기간을 감안해 11월에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선물은 오는 11월 4일 상장할 예정이다.

또 거래소는 지수 개발 과정에서 밸류업 지수를 기초로 하는 레버리지 지수, 섹터 지수와 같은 후속 지수와 저평가주, 중소형주 등을 대상으로 하는 밸류업 지수의 개발 수요를 확인했다며 향후 신뢰할 수 있는 세부 선별 기준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후속 지수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