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고추가 누워있다.
다가올 운명을 예감이라도 하듯, 가벼운 몸이 되어.
무슨 일이람,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에.
불편한 생각도 잠시,
집으로 걸어가다 깨달았다.
날마다 하늘을 살피고, 정성스레 고추를 뒤적이며, 해를 따라 자리를 옮겨주곤
해지기 전 거둬들이는 손길이 저기 있었음을.
저절로 되는 건 하나도 없음을.
거저 누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음을.
무심한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붉은 고추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김경혜 주요 약력
△서울 출생 △<계간수필>로 등단(2020) △컴퓨터 잡지사 기자 근무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전공 △수필집 '발칙하고도 외로운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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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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