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수자원부 장관 HD현대중공업 방문
컨테이너선 신규 수요 예상

모로코의 대도시 카사블랑카에 위치한 조선소 전경. 사진=Agence Nationale des Ports
모로코의 대도시 카사블랑카에 위치한 조선소 전경. 사진=Agence Nationale des Ports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모로코가 대외무역 활성화를 위한 선대 확장에 나서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해운산업이 취약한 현지 사정을 고려하면 신조선 발주뿐 아니라 선박 수리, 기술 지원 등 폭넓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돈다.

22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모로코는 총 84척의 선대를 보유하고 있다. 예인선 55척, 준설선 8척, 탱커 6척, 컨테이너선 및 카고(Cargo) 6척, 카페리 5척, 기타 4척 등으로 무역과 실질적 관련이 없는 예인선이 대부분이다.

홍해 사태로 인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항로가 재조명되면서 모로코를 거치는 물동량이 많아졌다.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EU-ETS)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의식한 선사들이 모로코를 ‘환적 거점’으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미국 해양전문매체 더마리타임 익스제큐티브(The Maritime Executive)는 지난달 “모로코는 빠르게 발전하는 해운 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자국 조선업에 대한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며 “모로코 공공 싱크탱크 경제·사회 및 환경위원회(CESE)는 국가 조선 로드맵에 대한 협의를 이번주 초에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로코는 카사블랑카 항구에 신규 조선소 구축을 위한 구역 지정을 마쳤고 CESE는 민간·공공 협력을 위한 규정 간소화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니자르 바라카 모로코 설비·수자원부 장관이 지난 14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와 만난 것으로 전해져 업계 관심이 쏠렸다.

사업을 논의하기보다는 기술과 인프라를 견학하기 위한 방문이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지만, 일각에선 모로코가 프로젝트 실행의 파트너로 한국을 낙점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내조선사와 거래가 적었던 국가의 정부 고위관계자가 직접 사업장을 찾았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모로코가 특히 유럽, 아프리카, 중동을 오가는 유럽 인트라(Intra) 항로에 컨테이너선박 투입을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 주문량이 밀려 단기간 내 선박 확보가 어려운 만큼 대형급부터 중소형까지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며 한국, 중국, 일본 쪽에 'SOS'를 보낼 것이란 예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문을 했지만 아직 못 받은 컨테이너선박이 전 세계적으로 약 750만TEU에 달하는 상황이고 이는 운항 중인 전체 컨테이너선박이 3000만TEU 규모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물량”이라며 “모로코 입장에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박을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에 선박을 발주할 수도 있고 선박 수리를 위한 기술지원이나 수리조선소 구축에 필요한 노하우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