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행, 양곡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첫 거부권 행사
野 격노…"내란세력 꼭두각시 노릇말고 민의 따라야"
韓대행 측, 野 탄핵 압박에 "헌법상 권한" 불만 표시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준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야당이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을 행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 권한대행까지 야권의 압박 속 '탄핵'이라는 벼랑 끝으로 몰릴지 주목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임시 국무회의에서 양곡법 등 6개 법안(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법안이다.
한 권한대행은 "국민과 기업, 관계 부처의 의견을 어떠한 편견 없이 경청했다"면서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2004년 탄핵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노무현 대통령을 대신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이후 20년 만이다. 국회로 되돌아간 6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폐기된다.
◇ 민주당, 韓 거부권 행사에 "내란 정권 망령 여전히 살아 있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6개 법안에 폐기될 상황에 놓이자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 권한대행에게서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며 거부권으로 국회를 무력화했던 윤석열이 겹쳐 보인다"며 "거부권을 행사한 사람의 이름만 윤석열에서 한덕수로 바뀌었을 뿐 내란 정권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 권한대행의 명백한 입법권 침해로 윤석열 시즌2"라면서 "한 권한 대행은 윤석열과 내란 세력의 꼭두각시 노릇이 아니라 민의를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조 수석대변인은 한 대행의 탄핵과 관련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앞서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한 권한대행이 양곡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하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탄핵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韓대행 측 "거부권 행사가 탄핵사유? 헌법·법률상 규정 있나"
한 권한대행의 탄핵 가능성을 시사했던 민주당이 돌연 입장을 선회한 것은 다음 달 1일이 시한인 김건희 여사 특검과 내란 특검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지켜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탄핵 남발'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는 당내 일각의 우려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6개 법안을)통과시켜야 한다는 분들도 있었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걱정에 공감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 측은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야권이 탄핵을 무기로 앞세운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은 대통령에게 보장된 헌법상 권한"이라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이어받은 권한대행이 재의요구를 한 게 탄핵 사유가 된다는 게 어느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전날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이 한 권한대행을 '청소 대행'이라고 비하하며 거부권을 써선 안 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권익위원장까지 하신 분이 왜 그런 해석을 했는지 궁금하다"며 "사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의 범위'라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정치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적극적인 (권한) 행사가 적절하지 않다고 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클리어한 파트(명쾌한 부분)는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