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SK전 부상으로 1군 제외…20일 5회 만루홈런으로 승리의 일등공신
널뛰기 행보를 보이고 있는 KIA가 해결사 부재의 고민에서 벗어날 묘수를 찾을 수도 있겠다. 바로 이범호(33)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일 광주 LG전은 3연패에 빠진 KIA로서는 절체절명의 고비였다. 그걸 이범호가 만루홈런 한방으로 온갖 시름을 털어냈다.
이범호의 시즌 성적은 20일 현재 20경기에서 타율 2할5푼4리에 14타점 4홈런. 그나마 4월에는 그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지난달 19일 SK전에서 옆구리 부상을 당하며 한달 가까이 1군에서 모습을 감췄기 때문. 이 기간 팀도 속절없이 슬럼프에서 헤맸다.재활을 거쳐 지난 17일 광주 삼성전에서 1군에 복귀해 5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그가 덕아웃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심리적으로 차이가 컸다. 선동열 감독은 1군 복귀 후 2경기 동안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이범호를 믿고 내보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0일 LG전에서 6번으로 출전한 그는 5회말 1사 만루에서 교체된 정현욱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을 작성했다. 개인적으로는 8번째 만루홈런이었다.
KIA 입장에서는 시즌 초반 이범호의 부상은 매우 뼈아팠다. 35경기 동안 타율 3할3푼1리 34타점 10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용병 브렛 필, 초반의 불안한 모습에서 벗어나 타율 3할2푼1리 6홈런을 기록하며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4번 나지완이 있지만 두 선수를 제외하고는 확실한 한 방이 있는 선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대형과 신종길 같은 발 빠른 타자들이 출루를 하며 기회를 만듬에도 결국 중심타선에서 타격감이 떨어지면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홀튼과 양현종을 제외한 선발과 불펜진 모두 난조를 보이며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9일부터 치러진 한화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승리하며 분위기를 살리는 듯 했지만, 16일부터 시작한 삼성과의 3연전에서 모두 패하며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랬기에 이범호의 빈 자리는 더욱 크게만 느껴졌다. 김선빈, 김주찬과 같은 핵심선수들마저 부상으로 빠지며 KIA는 이범호의 복귀를 더더욱 간절하게 바랬다.
이범호는 "이제서야 아픈 부위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아직은 타이밍이 조금 느린 감이 있어서 연습을 더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홈런에 관해서는 잘 쳤다기보다 가운데 실투가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은 것 뿐이다. 아직 스윙 하면서 몸이 나올 때 조금씩 통증이 있지만 쉬면서 많이 회복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홈런보다는 안타를 더 많이 치면서 타율도 올리고 하면 홈런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점차 좋아지겠지만, 중요한 타석에서 홈런을 쳤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범호가 제 몫을 충분히 해준다면 KIA는 중심타선은 물론 안치홍, 차일목으로 이어지는 하위타선 역시 탄탄해 질 수 있다. 이처럼 KIA에서 이범호의 역할은 선수 한 명 이상의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찬스에 강한 선수답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만루홈런을 쳐냈지만 그 전까지 7타수 무안타 1볼넷에 불과했다. 그만큼 전날의 페이스를 이어가는 일은 어떤 타자든 쉽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이범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충분히 발휘해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 팀 동료나 후배 역시 그의 뒷모습을 보며 든든함을 느끼고 있다. 그만큼 이번 LG와의 주중 3연전에서 이범호의 활약은 매우 중요하다. 이범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한 영화의 대사처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했다. 부담감은 갖지말되, 책임감은 가져야한다. 그것이 이범호 정도의 선수가 가지고 있어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