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씨 일가 정관계 로비 정황 포착해 본격 수사
50억 골프채 구입해 인척관계 그룹 회장이 창구 역할

검찰은 19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사진=뉴스 화면 캡처)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검거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검찰이 유씨의 정관계 로비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유씨의 비리 의혹 수사를 마무리한 뒤 정관계 로비 의혹을 캐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유씨 일가 수사가 '사정수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1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씨가 모 그룹 회장인 A씨를 통해 정관계 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과 인척관계인 A 회장이 서울에 위치한 한 골프숍에서 2008, 2009년을 전후해 3년간 50여억원어치의 고급 골프채 등을 구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관련 사실을 확인 중이다.

검찰은 A 회장의 골프채 구입 자금의 출처를 유 전 회장 일가로 의심하고 있다. A 회장이 유씨의 지시 내지 부탁을 받고 수년간 고급 골프채 수백 세트를 구입해 정관계와 금융계 로비에 활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이미 검찰은 최근 골프숍과 A 회장의 자택 등을 잇따라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골프숍 판매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또 A 회장과 골프숍 사장을 소환해 관련 내용을 직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가의 골프채가 정치인이나 공무원, 금융계 인사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은 유씨 일가가 1997년 ㈜세모를 고의 부도낸 뒤 헐값·내부거래 등을 통해 모든 자산을 빼돌리고 조선·자동차 등 주요 사업부를 이름만 바꿔 사들인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했다. 정관계 인사의 개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 봉제완구, 도료 등을 생산하는 영세업체로 시작한 세모그룹은 1986년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한강유람선 운영권을 따내며 사업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 세모그룹은 꾸준히 정치권 인사와 연을 맺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규정(68) 전 전북 행정부지사가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인 온지구 대표를 맡으면서 정관계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온지구는 자동차 스포일러 제작으로 유명한 업체로 지난해 매출만 684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채 전 지사가 다른 계열사처럼 유씨의 사진 등을 고가에 사들이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려 유씨 일가에게 돈을 몰아주고 육사 25기 출신으로 2001년 전북도 부지사를 지낸 그가 정·관계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검찰은 또 유씨 일가와 관계사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총 3,033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은행권 대출금 대부분이 용도대로 쓰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것도 주목하고 있다.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했거나 해운법 등 관련법 개정 과정에서 정치인과 중앙부처,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인허가나 편의 등을 위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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