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 통합대표로 실적 개선 이끌어
오는 7월 종합식품기업 '통합롯데제과' 출범
'건기식·대체육' 등 성장동력 발굴 진두지휘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HQ(헤드쿼터) 총괄대표가 그룹 모태인 식품사업 도약을 위한 체질개선 및 혁신에 본격 나선다.
이 대표는 30년 이상 롯데에서 근무한 롯데맨이다. 1987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해 롯데알미늄과 롯데정책본부 경영개선실을 거쳐 다시 롯데칠성에서 음료부문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2017년부터 롯데칠성음료의 음료BG 대표를 지내면서 음료부문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고, 2019년부터는 롯데칠성음료 통합대표로서 조직을 안정시키며 주류사업의 흑자전환을 이뤘다.
이 대표는 실적 개선 공로를 인정받으며 2020년 말 롯데그룹 식품BU(비즈니스유닛)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11월 정기임원인사에서는 그룹 내 식품군(HQ) 총괄대표에 오르며 롯데제과 대표이사도 겸직하게 됐다.
총괄대표로서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업무를 두루 챙겨온 그는 오는 7월 1일 합병하는 ‘통합롯데제과’를 이끌게 됐다.
그 동안 그룹 내에서 두 회사의 합병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조직을 합치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번번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주류 통합을 원만히 성공시킨 이 대표가 연 매출 3조7000억대로 커진 통합롯데제과의 시너지 함께, 그룹 식품계열사들의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영구 매직' 경영효율화로 흑자 전환
이 대표는 2019년 롯데칠성음료 통합대표 취임 후 음료부문과 주류부문을 통합했다. 적자를 면치 못했던 주류부문은 코로나19로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2020년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5388억원, 영업이익 32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1분기보다 매출은 6.2%, 영업이익은 무려 416.2%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호실적은 만성적자를 내던 주류사업을 흑자로 돌려놓은 것이 주요인이다. 음료부분과 주류부문을 통합하며 경영효율화에 집중한 성과로 평가된다.
신제품도 집중했다. 그는 2020년 6월 맥주 신제품 ‘클라우드 드래프트’를 선보였다. 클라우드 드래프트는 코로나19로 적극적인 마케팅이 힘들다. 하지만 SNS 특화된 홍보와 홈술족을 겨냥한 타깃 마케팅으로 출시 후 월평균 약 20%씩 매출을 늘렸다.
2020년 7월에는 생산, 물류, 영업업무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2000여명의 영업사원들이 현장에서 태블릿PC를 이용해 시업무를 즉시 처리할 수 있도록 했으며, 그 동안 수기로 관리된 제품 생산 과정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면 교체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식품사업을 총괄한 첫해 롯데그룹 식품 계열사들은 다소 아쉬운 실적을 거뒀다. 전반적으로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수익성이 악화됐다.
롯데제과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조1463억원, 영업이익은 1077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보다 매출은 3.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0% 감소했다.
롯데푸드도 비슷했다. 지난해 매출 1조6078억원, 영업이익 385억원을 냈다. 전년보다 매출은 5.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6% 줄었다.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비상장사 롯데지알에스는 2021년 매출 6757억원, 영업손실 258억원을 나타냈다. 2020년보다 매출은 1.8% 증가했고, 적자폭은 72% 커졌다.
◇통합 롯데제과 진두지휘…종합식품기업 도약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병을 결정하면서 그는 통합롯데제과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지난달 27일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 결의안을 승인했다. 롯데제과가 존속법인으로 롯데푸드를 흡수 합병하는 구조로 합병기일은 오는 7월 1일이다.
두 회사의 지난해 기준 합산 연매출은 3조7000억원으로, 4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국내 종합식품기업 중 2위 규모다.
이 대표는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이번 합병을 기회 삼아, 부진했던 그룹 내 식품사업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각오다.
당장 롯데제과는 이번 합병으로 기존 제과·빙과 등에 치우친 사업 모델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롯데푸드의 경우 롯데제과가 보유한 글로벌 현지법인(8개국)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특히 그간 중복되던 빙과사업부의 통합 운영으로 브랜드 파워를 키울 수 있게 됐다. 통합롯데제과의 빙과 시장 점유율은 약 45.2%로 해태와 빙그레의 합산 점유율 40.2%를 넘어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통합롯데제과는 바·콘·컵 등 카테고리별 핵심 브랜드 라인업 강화를 추진하는 한편 구색 제품을 줄이는 상품수 합리화에도 나선다.
인프라 통합 작업도 추진한다. 단기적으로는 롯데제과의 영등포·대전·양산공장 라인과 롯데푸드의 천안 공장 라인의 운영 효율을 제고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빙과 공장 통합 및 물류 네트워크 최적화도 진행한다.
따로 운영되던 이커머스 부문 통합도 나선다. 내달 롯데제과 이커머스 사업부문과 롯데푸드 이커머스팀을 통합하고 향후 온라인 마케팅팀과 영업팀 인원을 현재 대비 2배 이상 확대한다.
이 대표는 그룹 식품군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매진한다. 롯데는 지난달 투자계획을 공개하며 와인과 위스키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확대하고, 대체육, 건강기능식품 등 미래 먹거리·신제품 개발에 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맞춰 롯데제과는 최근 캐나다 식용 곤충 제조기업 아스파이어 푸드 그룹에 100억원을 투자했으며, 롯데칠성음료 올 3분기 중 면역 전문 건기식 신규 브랜드 론칭한다.
또 성장하는 위스키와 와인 시장에 맞춰 해외 와이너리 인수를 검토 중이며, 증류소는 내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부지 선정 및 기술 도입을 위한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