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원내 1당 대표에 일개 '정치인 나부랭이'처럼 표현"
우상호 "야당 정치인 이야기는 안 듣겠단 뜻인가"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야권은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 '야당 정치인 발언에 대통령이 언급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대답한 데 대해 "국회를 향한 저급한 인식이 드러났다"고 강력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박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관련한 질문에 "야당 정치인의 발언에 대통령이 언급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당사자인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그래도 원내 1당 대표를 맡고 있는 것인데 일개 정치인 나부랭이처럼 표현해서는 되겠나"라며 "대통령의 저급한 국회와 입법부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정말 협치를 바란다면, 입법부를 존중한다면 있어선 안 될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의를 전달하는 국회를 존중할 때만 진정한 협치의 길이 열린다"며 "저 개인에 대한 평가는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지만 국회, 입법부, 제1교섭단체 대표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해주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그릇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민주화유공자 농성장을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 정치인이 한 이야기는 대꾸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태도는 가벼워보였다"며 "무슨 말인지 잘 경청했다고 하면 될 것을, 야당 정치인 이야기는 안 듣겠다는 취지로 들려서 불쾌하다"고 말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 당선 후 처음 열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다수당 원내대표가 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일개 야당정치인 발언으로 폄훼했다"면서 "이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삼권분립과 견제와 균형에 의해 운영된다"며 "그래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독재 회귀 발언이고, 국민을 무시하는 제왕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발언을 철회하시고 오히려 국정난맥상을 풀어갈 여야 정회의를 위해 여야 '원내대표'를 용궁으로 초청하실 것을 권고한다"고 촉구했다.
진보 성향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국회의원의 말은 그를 국회에 보낸 국민의 말"이라며 "민주당 원내대표의 국회 발언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의 말은 무시하겠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 정부를 향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문고리 삼인방’에 빗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이른바 검찰 출신 ‘문고리 육상시’에 장악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면서 날을 세웠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의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한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고 경고장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