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정우교 기자]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사측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섰다. 국민은행이 노사 합의를 위반하고 불법적인 임금피크제를 운영했다는게 소송의 근거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에서 시작된 임금피크제 소송이 전 은행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4일 국민은행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은행을 상대로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소송 참여 근로자들은 40명으로 기자회견에는 20여명의 노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류제강 노동조합 위원장은 2008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을 때 국민은행 노사는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직무를 후선업무에 국한하기로 합의했으나 은행이 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많은 직원들이 임금만 삭감된 채 현업 업무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들 대다수가 창구 업무 직원이며 만 56세가 되면 임금의 40%를 삭감하고 만 58세가 되면 50%를 깎인다고 밝혔다. 

노조는 올해 5월 대법원이 임금피크제에 대해 판결한 내용을 소송 근거로 내세웠다. 소송은 퇴직자 A씨가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을 상대로 제기한 것으로 재판부는 당시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내용의 취업규칙은 구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해 효력이 없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이어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가 등 '임금피크제'의 효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이 근거를 둔 조항은 고령자고용법(현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의4 제1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모집·채용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교육·훈련 △배치·전보·승진 △퇴직·해고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된다.

또 제1항을 적용할 때 연령 외 기준을 적용해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경우 '연령차별'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재판부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강제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봤다.

노조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삭감에 준하는 만큼 업무량·강도에 저감이 있어야 하는데 KB국민은행에서 해당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 직원들은 한 두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노조 기자회견에 대해 "현재 소송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 중에 있다"고 답했다.   

한편,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은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전 은행권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다른 지부와 함께 임금피크제에 대응하겠다고 시사했다.

모 은행 노조 관계자는 "국책은행은 이미 제2노조를 중심으로 임금피크제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제2노조의 구성은 퇴직을 앞둔 고연차 직원들로 임금피크제 무효가 소송의 관건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책은행의 경우 일반은행보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규모가 많다"라며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연이어 임금피크제 소송에 돌입하면 국책은행과의 연계도 예상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후 IT·제조 등 전 산업에서 임금피크제 소송은 줄을 이었다. 국민은행이 시작을 했으니 타 은행에서도 소송을 준비하지 않겠나"라며 "이에 따른 자문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 로펌 노동팀에서도 수요에 대한 대응에 들어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