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의 매각 가능성에 해운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와 KDB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은 HMM의 경영권 매각 타당성 검토, 인수 후보군 분석 등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중 산은의 의사가 특히 중요하다. HMM의 최대주주(20.69%)로서 사실상 실질적인 주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의 뒤를 이어 해진공(19.96%), 신용보증기금(5.02%) 등 공공기관이 HMM의 지분을 상당 부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산은의 매각 의지는 강하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HMM은 정상 기업이 됐기 때문에 조속히 매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상 기업이라는 평가는 낮을수록 재무구조가 건전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채비율에서 기인한다. 2019년 556.7%에 이르던 HMM의 부채비율은 작년 9월 말 36.9%까지 하락했다. 이에 한국기업평가는 HMM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A-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기존 BBB에서 BBB+로 높였다.
산은은 HMM 매각과 관련해 시장의 인수 의향 등도 알아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기준 HMM의 시가총액은 9조8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이를 인수할 수 있는 규모의 기업은 많지 않다. HMM 인수 후보로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 CJ그룹, LX그룹, SM그룹 등 대기업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다.
매각 걸림돌은 영구채(신종자본증권)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는 2조6800억원에 이른다. 산은과 해진공 등 공공이 보유한 지분은 45% 정도이지만,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이 70%를 훌쩍 넘겨 인수자의 부담이 커진다. 여기에 오는 10월부터 영구채 금리가 3% 상승할 예정이어서 인수자의 부담은 급증한다.
해운업황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컨테이너 운임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점도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HMM의 수익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6월17일부터 계속 하락하다가 28주 만에 소폭 반등하며 1100선을 겨우 지킨 상태다.
실제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는 운임 하락으로 HMM이 올해 하반기부터 영업 손실을 내고, 2024년에는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2020년부터 발주된 선박들이 올해 들어오면 선복량 증가로 해운업황이 다운사이클(경기하락)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악재로 거론된다.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해수부나 경영 주체인 해진공 역시 오는 2025년 말을 민영화 완료 시점으로 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대우조선해양 사례처럼 즉각적인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상운임은 올 상반기 1000선 미만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면서 “정부는 매각을 타진하기 전에 여건 마련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