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국내 조선업계에 웃음꽃이 폈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2021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수주 호황이 ‘적자의 끈’을 끊어줄 기세이기 때문이다. 다만 고질병인 ‘인력난’ 해소가 시급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1559만CGT를 수주했다. 전 세계 발주량의 37%다. 4년 만의 최대 수주 점유율이다. 2021년 1744만CGT를 수주한 데 이은 2년 연속 호실적이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조선 빅3인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모두 2년 연속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은 197척을 수주해 목표 대비 38%를, 삼성중공업은 49척을 수주해 7%를, 대우조선해양은 46척을 수주해 16%를 각각 초과 달성했다.
올해도 수주랠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형 프로젝트에 따른 신규 발주가 남아 있다. 작년까지 LNG(액화천연가스)선 대규모 수주를 이끌었던 카타르 프로젝트의 2차 수주가 15척 가량 예상되는 가운데, 2020년 이후 미뤄지고 있던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도 재개되는 양상이다.
물론 지속적인 수주 순항을 확신하긴 어렵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선주들의 신규 수주 수요가 점차 위축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불황에 대응할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운·조선업 2022년 동향과 2023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잔량은 전년 대비 24.5% 증가한 3750만CGT다. 이는 약 3∼4년 치 일감이 이미 확보됐다는 의미다.
지난 2년간 차곡차곡 쌓인 수주는 올해 본격적인 실적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박 건조가 약 2년에서 2년6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 올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고객에 인도되는 상황을 고려한 전망이다. 작년 3분기 한국조선해양은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각각 한국조선해양이 4727억 원, 삼성중공업이 5185억 원, 대우조선해양이 1조197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부활의 원년’이 될지 주목된다.
문제는 ‘인력난’이다.
지난해 말 발간된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2022년 조선해양산업인력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업 근로자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14년 말 20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부터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조선업 근로자 수는 약 9만2000명 수준이다.
수주 성적이 실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적기 생산이 필수인데도 배를 만들 사람은 줄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조선업계는 복지를 늘려 직원을 붙잡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9년 이후 입사한 전 직원에 대해 호봉을 인상했다. 또 원하는 시간에 출근 후 8시간 근무하는 시차출퇴근제의 적용도 확대했다. 올해 상반기 재계순위 7위인 한화그룹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대기업 지붕 아래서 복지 혜택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모기업인 HD현대그룹은 임직원의 복지를 대폭 확대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인 임직원 자녀의 유치원 교육비를 자녀 1인당 연 600만원, 최대 3년간 1800만 원까지 지원한다. 또 경기도 판교 글로벌R&D센터에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또한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패밀리 신용카드도 지원한다.
최근 조선업계가 ‘로봇’ 활용을 늘리는 모습도 인력난과 관련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배관 조정관을 용접하는 탄소강관 용접 협동 로봇을 개발, 지난 9일부터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10월부터 산업용로봇 6대가 용접을 자동으로 하는 ‘소조립부재 로봇용접 시스템’을 구축했다. 삼성중공업도 조선소 용접 공정에 로봇 배치를 늘리는 등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보다는 조금 줄어든 수주 흐름이 예상되지만, 신규 선박 가격이 오르고 있어 수익성 개선에 힘이 보태질 전망”이라면서 “인력난을 해소해 건조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