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5인회 발언 사과…"당·지도부에 누 끼쳐 죄송"
김기현 등 당 지도부도 진화나섰지만 파장 계속될 듯
이준석 "5인회 나오는 세태, 국정·당 운영 불투명한 것"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국민의힘이 때아닌 '5인회' 논란에 휩싸였다. 이용호 의원이 핵심 실세로 불리는 인물들이 당내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 의원은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말실수'로 규정하며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가 다음 주 중 당을 움직이는 '진짜' 실세 그룹의 명단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만큼, 당 내부는 크게 술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른바 5인회 논란을 불러일으킨 자신의 발언을 취소한다고 밝히며 사과했다. 그는 "최고위원회가 제 역할과 위상을 하루빨리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발언하다가 튀어나온 잘못된 어휘였다"면서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당과 지도부에 누를 끼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최고위원 보궐선거 유력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왔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현역 의원이 단 한 명도 나서지 않는 이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5인회를 언급했다.
당시 이 의원은 "기본적으로 지금 김기현 체제가 모습이 좀 이상하게 됐다"면서 "기대만 못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고위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데 거기에 걸맞냐, 혹시 들러리냐, 실제 중요한 핵심의제 결정은 다른 데서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며 "용산이 아닌 당내에서도 5인회가 있다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당 안팎에서는 5인회가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유상범 수석대변인 등으로 구성됐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들은 김 대표에게 매일 오전 중요 사안을 보고하는 당직자들이다.
당 지도부들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김 대표는 이 의원의 발언을 '말실수'로 규정하며 논란 확산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인회와 관련한 질문에 "(이 의원이) 특별한 의도를 가진 것 같진 않다"며 "말을 하다 그냥 실수한 것 같다. (이 의원에게) 너무 괘념치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당내 운영과 총선 공천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면서 "비선(실세) 그런 것은 없고 모든 절차는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 일각에서 5인회가 내년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점을 염두한 발언으로 읽힌다.
같은 날 이 사무총장도 워크숍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괴담이라는 게 악의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짧은 말 한마디가 당의 단합을 저해하고 구성원 사기를 꺾는 계기가 된다"며 "선의로 한 얘기, 전혀 관계 없이 입 밖으로 나온 말이 왜곡되고 침소봉대 가 된다"고 말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이날 YTN라디오'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5인회라는 특정한 인물이나 단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침마다 김 대표가 사무총장과 사무부총장단과 함께 회의하는데 이건 당 대표가 당직자들과 실무회의하는 건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조금 과장된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에 이어 당 지도부까지 논란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5인회와 관련한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표가 여당을 움직이는 그룹이 따로 존재한다며 실세 그룹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까닭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5인회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5인회의 실제 명단은 따로 있다"면서 "명단을 짜라면 저는 다르게 짤 것 같은데 그건 다음 주쯤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십상시' 논란을 언급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이 투명해지지 않고 당 운영이 투명해지지 않으면 이런 명단이 한 열 가지 버전이 나올 것"이라면서 "이런 것이 나오는 세태가 지금 국정 운영과 당 운영이 불투명해 보인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