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첫 공판…작년 12월 30일 무죄 판결 이후 6개월 만
투자피해 2562억원…운용사 법정관리 등으로 '환매중단'
재판부 "수익률·기망여부 설명 요청"…법적 분쟁 '재점화'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대한 검찰 항소심이 28일 시작됐다.
작년 12월 30일 1심 판결이 나온지 반년 만인데,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현재 고문 재직) 등 피고인들은 당시 무죄를 선고받았다. 펀드 투자자들로 구성된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심의 판결을 바로 잡아달라는 기자회견을 공판 전 열었다.
이들은 또한 기업은행 등 판매 금융사들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 중단을 둘러싼 금융권 안팎 분쟁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등을 받는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고문 등 피고인 3인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장하원 고문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생으로, 최근까지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로 재직했으나 현재는 고문으로 옮겼다. 대표는 작년 하반기부터 공석이다.
일명 '디스커버리 펀드 사태'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2017~2019년 미국 자산운용사인 Direct Lending Investment(DLI)가 운영하는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DLI의 법정관리 등으로 인해 환매중단이 되면서 시작됐다. 장하원 고문은 이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기초자산의 부실을 숨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디스커버리 펀드로 인한 투자피해는 총 2562억원(2021년 4월말 기준)으로 집계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중 기업은행의 미상환잔액은 761억원(269계좌)에 달한다.
금감원은 지난 2021년 5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 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글로벌채권펀드 50% △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 40% 기본배상비율을 적용한 바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현재 펀드 자산의 원금회수율이 20%를 넘지 않아 최종적으로 80%의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정례회의에서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지배구조법, 자본시장법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기관업무 일부정지 3개월 △과태료 5000만원 △과징금 1500만원 △임원 직무정지 3월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판매사인 기업은행에게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기관업무 일부정지 1개월 △과태료 47억1000만원 △임직원 제재 등을 조치한 바 있다.
이날 공판은 6개월 만에 이뤄진 항소심인 만큼 시작 전부터 많은 방청객들이 몰렸다. 일부 투자자는 재판장 내 좌석이 부족해 공판 내내 서있기도 했다. 검찰, 변호인단은 증거를 교환하고 향후 입증·변론 계획에 초점을 맞췄다.
검찰은 증인 출석 계획에 대해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서 글로벌 채권펀드 실무자였던 직원을 증인으로 신청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재판부도 디스커버리 펀드의 판매부터 환매연기까지의 과정 중 △자산 실사·재평가 당시 상황 △실제 수익률 △피해 투자자 기망여부 △'펀드 자금' 돌려막기 여부 △판매사(하나은행 등) 고지여부 등과 관련한 설명을 해줄 것을 피고 변호인단에 요청했다.
검찰은 재판 막바지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서 글로벌 채권펀드 실무자였던 직원을 증인으로 신청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해당 직원은 1심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공판은 오는 8월 23일 오후 3시 15분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디스커버리 펀드 대책위는 공판이 시작되기 30분 전 기자회견을 열고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고문 등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의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발언에 나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1심 판결은 과정은 부실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실이 아니었다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라며 "이는 피해자를 두번 죽이는 판결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들은 보상은 커녕 누가 우리를 가해했는지 처벌조차 못하는 실정이다"라며 "2심 고등법원은 1심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로 금융정의를 실현해주길 호소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