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수주로 먹고 사는 조선업계가 최근 초호황을 맞이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조선 빅3의 수주잔량은 약 3734만CGT로, 향후 3년 치 일감을 확보했다. 지난 2011년 이후 최대 주문량이며, 슈퍼사이클을 맞이했다는 업계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노동력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 일감이 쌓였는데 일할 사람이 없는 형국이다. 덕분에 업계에선 인력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우수 인력을 놓고 뺏고 뺏기는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28일 현재 조선 빅3는 순조로운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HD현대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연간 목표 157억4000만 달러의 73%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 95억 달러의 34%를 기록했고, 한화오션은 연간 목표치 69억8000만 달러의 15%에 도달했다.

한국에 배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은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특히 LNG(액화천연가스)선 건조력에 대한 신뢰가 세계적으로 높다. 한국의 조선 3사는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의 90%를 수주했다. 사실상 LNG선 수주를 독식한 셈이다.

하지만 배를 만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는 2027년까지 업계 전체에 4만300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 인력난에 숨통이 트여야 선박 건조가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3사간 총성 없는 인력 쟁탈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우선 한화오션이 채용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연구·개발(R&D)과 설계 등 기술 분야를 포함한 전 분야에서 연말까지 상시 채용을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의 현재 인력 규모는 8200명 수준이다. 이를 조선업 불황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4년의 1만2000~1만3000여명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본급을 올리는 등 근로조건 개선에 부쩍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 과정에서 경쟁사의 임직원들이 이동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지난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 방문해 “어쩔 수 없이 조직을 떠난 분들을 다시 모셔 오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도 있다.

조선업이 주력인 HD현대도 호시탐탐 경쟁사의 인력들을 노리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직원 추천 채용제를 주목할 만하다. 그룹사 직원이 전 직장 동료나 지인 중 사무·설계·연구직에서 2년 이상의 경력자를 추천하는 제도다. 추천받은 이가 HD현대에 입사하면 추천인에게 100만원이 지급된다.

상반기에 약 170여명을 신규 채용한 삼성중공업은 부산 도심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다. 조선해양 분야 전문기술 인재 확보가 용이한 ‘해양도시’ 부산에 R&D 센터를 설립함으로써 인력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취지다.

인력난 타개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극진하게 예우하기도 한다.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귀한 몸이 된 것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낙후된 거제사업장(옥포조선소)의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를 리모델링해 주거 환경을 개선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사내에 외국인 지원센터를 열어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충을 덜어주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협력사와 합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정착 지원금을 지급했다. 3사는 생산직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계속 늘릴 계획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근로자의 대우가 좋아지면 지역 사회와 일자리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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