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평양공동선언 5주년 행사 인사말서 윤 정부 비판
“안보‧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벗어날 때”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캡처

[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며 “‘안보는 보수정부가 잘한다’, ‘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행사 인사말에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 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히 좋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서울에 온 것과, 공식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며 윤 정부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문 전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에서 더 진도를 내지 못했던 것, 실천적인 성과로 불가역적인 단계까지 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며 “구시대적이고 대결적인 냉전 이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때 이어달리기는 장시간 중단되곤 했고, 그럴 때면 남북관계는 파탄나고 평화 대신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은 “우리와 다르게, 과거 서독은 정권이 바뀌어도 이념과 상관없이 동방정책과 동독포용정책이 중단 없이 이어졌다”며 “평화공동선언 역시 훗날 냉전적 이념보다 평화를 중시하는 정부가 이어달리기를 할 때 더 진전된 남북합의로 꽃피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은 윤 정부의 경제 성적을 비판하며 “역대 정부를 거시적으로 비교해보면 이어달리기로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시기의 경제성적이 그렇지 않았던 시기보다 항상 좋았다”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 경제의 규모, 즉 GDP가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뿐”이라며 “(하지만) 지난해 우리 경제규모는 세계 13위를 기록해 10위권에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화가 경제’인만큼 우리 경제를 위해서라도 9.19 평양공동선언의 이어달리기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문 정부 시기와 현 정부의 상황을 비교하며 “남북 간에 대화를 하지 못할 시기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 남북관계가 매우 위태롭다. 지금은 대화를 말할 분위기가 아닌 듯이 보인다”며 “그러나 되돌아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의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엄중했다. 북한의 거듭된 핵 실험, 연이은 미사일 도발 등 한반도 위기가 갈수록 고조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문 정부는 진정성 있는 대화 노력을 펼친 끝에 마침내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견인할 수 있었다”며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진정성 있는 대화 노력으로 위기가 충돌로 치닫는 것을 막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은 “9.19 평양공동선언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부속합의서로 체결된 남북군사합의였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다시 파탄을 맞고 있는 지금도 남북군사합의는 남북 간의 군사충돌을 막는 최후의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한다는 것은 최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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