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 냉각에 수개월째 '게걸음'…'커플링'도 깨져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여파 등…국내 '악재' 지속
'업비트 1강 체제'에 업계 고사 지경…현물 ETF 주목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가상화폐 가격이 장기간 박스권에 갇히면서 거래소업계 불황도 계속되고 있다. 코인거래소들은 저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까지 더해지며 가상화폐 투자심리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들의 고민은 반등하지 않는 가상화폐의 가치에서 비롯된다.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의 경우 코인마켓캡에서 2만70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한달 전 가격 수준(2만6000달러선)보다 다소 오른듯 보이지만 3만달러를 웃돌았던 지난 7월과 비교하면 횡보세가 계속되는 중이다.
이더리움도 흐름이 유사하다.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1500달러 후반에서 1600달러 초반을 오르내리고 있으나 2000달러를 돌파했던 4월에 비하면 여전히 게걸음이다. 리플, 솔라나 등 다른 알트코인도 비트코인, 이더리움처럼 박스권을 못 벗어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예전같지 않은 탓이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더 이상 나스닥지수를 따라가지 않는다'(디커플링)는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기조도 약세에 한몫하고 있다. 또한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바이낸스 위기론 등도 악재로 작용했다.
8~9월 한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이 가격을 견인했지만 승인 자체가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호재도 사라졌다. 국내에서도 △김남국 코인 논란 △코인원 전 임직원·브로커 배임 △피카코인 사기 의혹 등도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거래소들은 4분기부터 투자심리가 살아나길 고대하고 있다. 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업비트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살아나야 거래량이 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이익으로 숨통을 트일 수 있다는 결론에서다. 그래야 신규 수익원인 NFT, 메타버스도 함께 살아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 관계자는 "거래량이 전체 97%를 차지하는 두 원화거래소도 이익을 크게 못내는게 현 시장의 상황이다. 게다가 '업비트 1강 체제'를 깨뜨릴 방법도 없다"라며 "규모가 작은 다른 코인거래소들은 어떻겠는가. 이익은 고사하고 인력 감원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다행히 가상화폐 가격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가능성이 호재로 다시 부각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일 미국에서 이더리움 선물 ETF가 출시됐을때도 비트코인은 한때 2만8000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이더리움도 1700달러를 상회했다.
다만, 선물 ETF 거래량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지난 2021년 10월 비트코인 선물 ETF가 이미 등장했고, 현재 거래량 자체가 줄어든게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동반 하락했다. 호재가 끝났으니 또 다른 호재(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여부)가 재주목받을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결정은 내년으로 보류됐으나, 이는 미국 정부의 셧다운 가능성 때문에 SEC가 심사 스케줄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 1분기까지 비트코인 현물 ETF의 미국 출시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라며 "비트코인 현물 ETF의 수급영향을 시장이 반영해나가며 비트코인 가격은 이때까지 꾸준히 상승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