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콩쿠르 우승자 10월20일 롯데콘서트홀 협연
서울시향은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등 연주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드디어 서울시향을 만난다.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에 빛나는 첼리스트 최하영이 처음으로 서울시향에서 연주를 선보인다. 포디움에는 파비앵 가벨이 선다. 지난 2016년과 2019년 프렌치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정갈하면서도 귀족적인 해석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던 그는 서울시향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춘다.
서울시향은 10월 20일(금) 롯데콘서트홀에서 ‘최하영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개최한다.
지휘봉을 잡는 파비앵 가벨은 2004년 도나텔라 플리크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6년까지 2년간 런던 심포니 부지휘자로 활동했으며, 2020년 프랑스에서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았다. 이번 시즌에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루체른 심포니, 하노버 북독일 방송교향악단, 서울시향의 객원 지휘를 맡았고 2025/26시즌부터는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동한다.
서울시향은 코른골트의 ‘슈트라우스 이야기’로 공연의 문을 연다. ‘슈트라우스 이야기’는 왈츠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의 작품들을 발췌해 편곡한 환상곡으로 ‘라데츠키 행진곡’ ‘황제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등 다양한 빈 음악들이 메들리처럼 엮여 있다.
이어 2022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첫 펜디 음악상 수상자 첼리스트 최하영이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들려준다. 차이콥스키의 인생에 있어서 경제적·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에 썼으며 독일의 첼리스트이자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였던 빌헬름 피첸하겐을 위해 작곡했다. 특히 이 곡은 18세기 조용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주제와 첼로의 풍부한 표현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파비앵 가벨과 처음 합을 맞추는 최하영은 13세에 브람스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 2018년 펜데레츠키 콩쿠르와 2022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무대에서는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 협주곡을 아름답고도 처절한 소노리티(sonority)로 설득력 있게 소화하며 심사위원들과 객석을 장악했다. 이번 공연에서 최하영이 선보이는 레퍼토리는 콩쿠르 우승곡과는 다르게 다채롭고 풍부한 장식이 돋보이는 선율, 화사한 색채로 우미한 분위기와 낭만적 정서가 돋보인다.
최하영은 “서울시향의 연주는 일곱 살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처음 봤다. 어릴 적부터 봐 왔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게 돼 영광이며, 좋은 계절 가을에 특별하게 생각하는 곡을 연주하게 돼 기쁘다”고 협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발레와 옛 궁전 춤들을 연상시키는 변주곡들, 서정적이고 인상적인 느린 변주곡들, 그리고 극적인 첼로 솔로 카덴차 등 다양한 양식이 한 곡에 담겨 있는 작품이다. 첼로가 가진 폭넓은 음역대 속에 녹아있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느낄 수 있다”고 작품 설명을 덧붙였다.
2부에서는 프랑스 낭만주의 선도자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을 연주한다. 젊은 시절 무명의 베를리오즈는 당시 아일랜드 출신 여배우 해리엇 스미드슨을 짝사랑했다. 그러나 사랑은 실패했고, 거기서 찾아온 좌절과 증오를 모티브로 27세의 나이에 대표작 ‘환상 교향곡’을 작곡했다. 실연의 아픔에 번민하던 젊은 예술가가 혼수상태에 빠져 기묘한 환상을 경험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총 다섯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환상 속에서 주인공은 사랑하는 연인을 죽인 죄로 처형당하고 온갖 잡귀, 마녀, 괴물들이 모여든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악몽을 꾼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베를리오즈는 이 곡에서 ‘고정악상’이라는 독특한 기법을 선보였다.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인을 하나의 선율(고정악상)로 표현하고 그 선율을 상황에 따라 리듬과 악기 등에 변화를 주며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는 기법이다. 고정악상은 1악장에서 우아하고 매혹적인 자태로 등장해 2악장에서는 천진난만하게 춤을 추는 모습으로, 3악장에서는 거칠게 밀려왔다가 안타깝게 멀어져 가는 환영처럼, 4악장에서는 최후를 맞는 주인공의 안타까운 탄식 속에서, 마지막에는 경박한 춤을 추는 마녀의 모습으로 변모하며 죽음의 연회가 파국으로 치달으며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