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악화에 법인 카드 회원 축소
경기침체 이어지며 신용판매 정체
중·소형사 실적 양극화 더 커질 수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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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경영 여건 악화로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지갑을 닫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이후 전체 카드 사용 규모는 커졌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법인카드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카드 수는 줄었고 카드를 해지한 법인 회원 수는 급증했다.

법인 회원 관련 시장이 줄면서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실적 양극화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 카드사의 경우 법인 회원 카드 수·거래액 급감을 개인 회원 관련 실적으로 방어할 수 있지만 법인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하위권 카드사는 실적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다만 업계에선 법인 회원 관련 실적이 수익성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3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9개 카드사의 법인 신용카드 사용 가능 회원 수는 전년 대비 284명이 줄어든 280만2000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 신용카드 사용 가능 회원 수는 7678만9000명에서 7918만명으로 3.1% 증가했다.

카드를 해지한 법인 회원 수도 22만700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7월 대비 20.7% 증가한 수치다. 카드를 해지한 개인 회원 수는 409만6000명에서 487만7000명으로 19.1% 늘었다.

법인 거래액 역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지난 8월 법인카드 승인 금액은 16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5%나 감소했다. 올해 법인카드 승인 금액 증가율 추이를 보면 △1월 12.9% △2월 6.8% △3월 13.4% △4월 -1.5% △5월 -1.7% △6월 3.3% △7월 1.3% △8월 -9.5%였다.

◇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법인 회원 감소

업계에선 법인 회원이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경제 불확실성을 꼽았다. 물가 상승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기업의 영업 활동이 위축됐고 유류비 지출이 감소한 것이 법인 신용판매 증가세 둔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카드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엔 대면 활동 제한으로 인한 법인카드 실적이 악화됐지만 지금은 기업의 경영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에 실적이 줄어든 것이다"라며 "법인카드는 카드사 입장에서도 수익원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기업 경영악화로 인한 사용액 감소가 더욱 실질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인 회원의 경우 건당 사용하는 금액이 많고 결제 씀씀이가 큰 덕분에 그동안 카드업계의 주요 수익원으로 기능했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개인 회원보단 적지만 법인 회원을 놓칠 수 없는 만큼 법인 회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일부 카드사에서는 법인 회원을 대상으로 한 상품 출시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금융당국의 제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은 지난 2021년 7월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법인회원의 카드 이용에 따른 총수익이 총비용을 넘어서는 범위 내에서 법인회원 카드 이용액의 0.5%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여기에서의 경제적 이익은 부가서비스, 기금출연, 캐시백 등을 포함한다.

문제는 소급 적용 범위가 애매모호하고 기존 카드 혜택을 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Sh수협은행의 경우에도 지난해 2월부터 수협기업카드 중 회원에 0.5% 초과 이익 제공 여지가 있는 상품들에 대해 혜택 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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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 회원 감소로 실적 양극화 가능성도

업계에선 이러한 법인 회원 관련 실적 악화가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실적 양극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형사와 하위권 카드사의 실적이 개인 회원은 물론 법인 회원에서도 차이가 나면서 수익성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실제 전체 신용판매 잔액에서 개인 신용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87~93%로 높은 대형 카드사와 달리 하위권 카드사의 경우 개인 신용판매 비중이 40~80% 정도에 달하면서 법인 회원 매출 악화가 실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하위권 카드사는 법인 회원 관련 매출이 굉장히 크다"며 "법인 회원이 급감한 상황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법인 회원 관련 실적이 카드사 연간 수익에 크게 작용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카드사의 주요 수입원은 신용판매보다는 현금서비스·카드론·리볼빙 등 대출·대출성 상품을 통해 얻는 이자수익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판매 가맹점 수수료로 얻는 수익은 그렇게 크지 않다"며 "법인 회원이 줄어들어도 수익성이 크게 감소하자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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