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금리 상승 등으로 여전채 금리 급등
수익성 악화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
실적 방어·소비자 위해 다양한 방법 내놓는 중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이 폐지되면서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자체 수신 기능이 없어 자금 조달을 여전채에 의존하고 있는 카드·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들은 계속된 금리 상승으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업계에서도 올 하반기 여전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카드사가 신종자본증권과 단기채권을 발행하며 실적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당분간 여전채 조달 환경이 긍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에서는 조달 수단으로 외화차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카드·캐피탈사 등 여전사가 발행하는 신용등급 AA+ 2년물 여전채 금리는 4.645%로 나타났다. 지난달 1일 4.318%보다 0.3%포인트(p) 넘게 오른 수치다. 지난 8월1일엔 여전채 금리가 4.285%로, 4%대 초반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이 폐지되면서 여전채 금리는 이달 들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지난 4일과 5일에는 금리가 각각 4.755%, 4.702%를 기록하며 지난 1월 중순 이후 약 9개월 만에 4.7% 이상으로 치솟았다.

은행처럼 자체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 캐피털사 등 여전사는 대부분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고객들에게 대출을 해줘 수익을 얻는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도 나서고 있지만 규제 등으로 한계가 있어 여전히 여전채 의존도가 높다.

조달 금리가 갑자기 오르면서 이달 4일부터 9일까지 카드사는 회사채를 아예 발행하지 않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가 이달 첫 영업일인 4일부터 18일까지 발행한 회사채 금액은 총 97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한 달 발행액(3조2000억원)의 30.3%에 불과한 금액이다.

특히 카드사의 회사채 발행액은 최근 2달 동안 계속 줄어들고 있다. 앞서 9월에도 카드사는 2조900억원을 회사채로 발행, 전달보다 발행 규모가 34.7% 감소했다.

또 이러한 조달 비용 부담은 실제 카드·캐피탈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416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6243억원)보다 12.8% 줄었다. 총수익은 늘었지만 이자 비용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7000억원 가까이 늘면서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

카드사 관계자는 "상반기에도 이자 비용이 2배 가까이 늘어 실적 방어가 어려웠다"며 "남은 하반기에도 금리가 계속 오르면 올해 실적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9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우리카드. 사진=우리카드.
지난 9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우리카드. 사진=우리카드.

◇ 금리 상승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도

여전채 금리 상승세가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달 금리 상승에 대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업계에선 카드대출을 이용하는 취약 차주의 부담이 늘어나고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소비자 혜택을 축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카드사들은 지난해 말 여전채 금리가 급등하자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자동차 할부 혜택과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이는 등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행태를 보인 바 있다.

업계에선 대체로 카드사의 행사가 집중되어 있는 올 연말에도 카드사들은 고객에게 돌아갈 혜택까지 축소하며 실적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7개 전업 카드사의 경우 지난 8월부터 카드론 평균 금리를 15%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카드사들도 향후 취급하는 카드론 등 대출금리에 상승분만큼 선반영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실적 방어 위해 단기채 등 다양한 방법 강구

다만 여전사들은 실적 방어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단기채 발행 △외화차입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카드는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5.73%로 높지만 30년 만기로 발행해 이자 부담을 크게 낮췄다. 당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전액 우리금융지주가 사들였다. 우리금융지주는 채권금리가 올라 카드사의 조달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하자 우리카드의 신종자본증권을 매입해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단기채 발행을 증가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단기채는 장기채보다 비교적 금리가 낮아 발행 시 카드사의 이자 부담이 더 적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만기 1년 미만 카드채 발행 금액은 7500억원으로 전달인 8월(4700억원)에 비해 2800억원 늘어났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컸던 올해 1월 3600억원 규모로 발행됐던 것에 비해서도 2배 넘게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조달 수단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외화차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외화 채권을 신규로 발행하려면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외화가 빠져나가는 것을 우려해 외화차입에 소극적이지만 업계 리스크 관리 역량이 충분히 높아진 만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