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환경사고로 명성 빛바래...2013년 후 93차례 환경법 위반
임이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확인시 특별근로감독 실시해야”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우리 손으로 우리가 만듭니다'라는 문구가 게재된 (주)영풍 홈페이지에 보라색 안내문이 붙었다. 팝업창에는 19일로 예정됐던 제3회 봉화·석포마을 공모전 시상식과 전시회 개막식이 내년 1월 중으로 연기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팝업창은 단순한 행사 안내문 같지만 노동자 사망사고와 연관된 심상치 않은 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비소 중독으로 사망사고가 났다”며 “환경부의 철저한 조사와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소지가 획인될 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석포제련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1949년 설립된 (주)영풍은 1960년대부터 아연광석을 수출했고 1970년에는 수입에 의존해온 아연괴를 대체하기 위해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아연제련소를 준공해 비철금속 제련업에 진출한다. 1988년엔 런던 금속시장에 등록해 아연괴를 거래하고 있다.
(주)영풍은 단순히 광물 원석의 수출에 머물지 않고 부가가치가 높은 광물괴를 만들고 순도를 높여 국제시장에서 거래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한국 개발시대의 상징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그런데 잦은 환경사고로 명성이 빛바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일에는 아연 정련 과정에서 ‘아르신’이라고 불리는 삼수소화비소 가스에 노동자들이 노출돼 1명이 죽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비소는 독극물의 일종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을 독살하는데 사용됐다. 지중해 엘바섬에서 생을 마감한 나폴레옹이나 교향곡 ‘운명’으로 유명한 베토벤의 모발에서 비소가 발견됐다는 소식은 이들의 독살을 의심하는 증거로 종종 사용된다.
그런만큼 석포제련소는 철저한 환경관리가 필요한 곳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임 의원에 따르면 석포제련소는 2013년 이후 환경부 점검 결과 대기, 수질, 폐기물, 화학물질, 지하수, 하수도법 등 각종 환경 관련 법을 93차례 위반하고 지자체 점검에도 32건이나 적발됐다. 환경부가 통합 환경관리 제도를 석포제련소에 적용했지만 법 위반이 끊이지 않았다.
임 의원은 “불과 두 달 전 국정감사에서도 환노위 간사로서 석포제련소가 환경부 정기검사에서 지적된 미흡 사항이 많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군사용 독가스로 사용되는 아르신 가스에 노출되는 참사를 당했다”고 통탄했다.
현재 석포제련소에선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주)영풍은 유독 가스가 나올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사고가 환경사고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