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5대 분야 중점 추진 사업 등 기본계획 발표
주민수용성 확보 등 난제 산적…’AI고속도로’ 경쟁개념 등장도
분산에너지와 경쟁 개념 되지 않도록 조화 정책 구사 필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거버넌스위원회의 의장직을 수락하며 에너지고속도로를 언급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거버넌스위원회의 의장직을 수락하며 에너지고속도로를 언급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회 있을 때마다 언급하는 ‘에너지고속도로’ 의제를 전라남도가 정교화하는 모양새다. 구체화하고 있지만 주민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3일 정가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당 미래거버넌스위원회 출범식은 물론 지난 1일 포항시전통시장연합회 사무실에서도 ‘에너지고속도로’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포항에선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인 ‘경부고속도로’에 견주어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시 “박 대통령이 시골 오솔길 밖에 없을 때 신작로를 내고 고속도로를 내고 했다”며 "전기 부족으로 난리날 것으로 예측되는데 송전망이나 재생에너지 생산시설을 지으면 지방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에너지고속도로' 의제를 선점하려는 이 대표의 행보에 전남도가 힘을 보태고 나섰다.

전남도는 2일 에너지고속도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중점 추진 사업을 포함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전남도는 이 자리에서 △전국 40% 재생에너지발전 △전남 2조4000억원 에너지기본소득 △미래 첨단산업 일자리 △전남 특화산업 연계 일자리 △AI기반 지능형 전력망 구축 등 5대 분야 중점 추진 사업을 포함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전남도는 이를 바탕으로 △호남권 지산지소 성장도약 고속도로 △도민 기본소득 고속도로 1·2호선 △국가 첨단산업 활성화 고속도로를 3대 비전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전남도는 서해안 에너지 신도시 조성, 대규모 국가 재생에너지 스테이션 구축 청사진도 내놓았다. 

◇호남RE300 꿈 담은 에너지고속도로, 지역주민 반대 겪기도

이 대표가 언급한 ‘에너지고속도로’는 전임 정부시절부터 민주당 호남지역 의원들이 추진하던 ‘호남RE300’에 근원을 두고 있다.

호남RE300은 호남을 한국의 재생에너지원 역할을 하는 지역으로 삼는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호남 내 전력수요보다 많은 태양광, 풍력을 설치해 남는 전력을 수도권 등으로 송전한다는 계획이다. 전력수요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한다는 의미에서 RE100이 아닌 RE300이라고 명명했다.

수도권에 글로벌 RE100 운동에 참여하는 기업이 다수인 만큼 이들에게 호남의 재생에너지발전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해 판매한다는 개념이다. ‘에너지고속도로’는 호남의 재생에너지와 수도권의 전력수요지를 연결하는 송전선로다.

호남RE300은 현정부가 들어서며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는데, 정권교체 때문만은 아니다. 전임정부에서도 가공 송전선로나 기업형 대형 태양광개발에 반대하는 농민단체나 환경단체의 반대에 직면했다.

이번에 전남도가 ‘에너지고속도로’를 언급하며 송전선로 확충뿐만 아니라 지역의 전력수요 확대와 수익의 주민분배구조 확충 방안을 소개한 이유도 전례가 있어서다.

따라서 이 대표가 ‘에너지고속도로’를 언급할 때 모든 지역 주민이 찬성한 게 아니라는 점을 직시하고, 주민설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에너지고속도로, 분산에너지 정책과 조화 필요

현정부 들어 분산에너지법이 통과됐지만 여야 구분 없이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을 강조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다.

한국민 50% 이상이 수도권에서 살고 있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가 주력산업인 반도체 공장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정책당국자들은 원전 등 바닷가 대형 발전소에서의 전력공급이 보다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밀양송전탑 사태 이후 가공 송전선로에 대한 주민수용성을 염두에 두면 에너지고속도로보다 분산에너지를 확충해 필요한 전력을 수급하는 게 빠를 수 있다.

다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선호하는 에너지원인 소형모듈원전(SMR)이 여전히 기술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어서 차선책으로 대형 송전선로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어찌 보면 분산에너지는 호남RE300 실현과 경쟁개념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명제를 감안하면 여야의 입맛으로만 에너지정책을 결정해서는 안된다. 에너지고속도로나 분산에너지 어느 한쪽만 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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