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수평적 당정관계' 요구에도 "수직적 관계 아냐" 일축
홍준표 "아직 덜 다급한 모양…사욕들 버리고 정신 차려라"
김병민 "모든것 뒤바꿀 수 있는 쇄신·혁신형 비대위원장 와야"
김재섭 "그 나물에 그 밥 비대위, 또 다른 비상상황 만들 뿐"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5일 "당정관계가 수직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어 일방적으로 의사전달이 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직적 당정관계를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국민들 눈에 (당정관계가 수직적으로) 그렇게 비친다면 그런 부분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권한대행이 수직적 당정관계라는 지적에 반박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재정립에 대한 요구가 잇따르는 모양새다.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배경에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이같은 목소리는 당 대표 공석 사태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기로 한 뒤, 위원장 인선 문제가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더 커지고 있다. 당이 고유 업무인 비대위원장을 물색하는 데 있어 대통령실과 논의를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새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 여러 인물이 언급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인물이 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경륜 있고 큰 선거 경험 있는 분을 삼고초려 모셔 와도 될까 말까 한 절박한 시점에 자기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중구난방인 모습들 보면 아직도 덜 다급한 모양"이라면서 "이때 적절한 말은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이다. 사욕들 버리고 정신들 차려라"고 비판했다.
흑묘백묘론은 1970년대 말부터 덩샤오핑(鄧小平)이 취한 중국의 경제정책을 대변하는 말이다. 이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인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체제가 제일이라는 의미가 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특집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하게 적절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한 사람을 앉히기보다는 모든 것을 뒤바꿀 수 있는 쇄신과 혁신형 비대위원장이 와야 한다는 목소리에 당연히 힘이 실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 수도권과 중도층의 민심을 다잡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거기에 대한 기본 전제가 건강한 당정 관계"라면서 "당이 주도적으로 대통령실과 정부가 국민적 눈높이에 어긋나는 일들이 있다면 여기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종인 비대위’에서 비대위원을 지낸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것이지 현상유지위원회를 꾸리는 것이 아니다. 당이 이 지경인데 아직도 한가로우신 모양"이라면서 "2012년 박근혜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박근혜라는 정치인이 이명박 대통령을 치받을 수 있는 여당 인사였고 비대위 구성에서 20대의 이준석, 경제민주화를 외친 김종인 같은 파격적 인사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입장만 대변해서, 김건희 특검이나 채 상병 사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과 관련해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으로 오면 수도권 선거는 어렵다"며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또 다른 비상상황을 만들 뿐이고, 선거 실패 후 또 다른 비대위가 들어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이르면 다음주 중 비대위를 출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대위가 출범하면 이른바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가 막을 내린 만큼 '친윤(친 윤석열) 핵심 용퇴론'과 '영남 물갈이론'이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