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끝내고 사퇴…與, '비대위' '권한대행' 설왕설래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사퇴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 잠행을 이어간 지 이틀째다. 장제원 의원에 이어 김 대표까지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의 주축이 무너지면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여권 내 인적 쇄신이 발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퇴의 뜻을 밝히면서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되어 송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많은 분께서 만류하셨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행유부득 반구저기’(行不得反求諸己, 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고사성어)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더 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 당 구성원 모두가 통합과 포용의 마음으로 자중자애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힘을 더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총선이 불과 119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윤재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빠르게 안정시켜, 후안무치한 민주당이 다시 의회 권력을 잡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저의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제 당원의 한사람으로서 우리 당의 안정과 총선승리를 위해 이바지하고자 한다"며 "그동안 함께해 주신 국민과 당원, 언론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부디 우리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를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대표직을 놓려놓으면서 여권의 총선 구도에는 대규모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국민의힘은 새로운 지도체제로 내년 4월 총선을 치러야 한다. 김 대표가 사퇴하면서 국민의힘은 윤재옥 원내대표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당내에서는 시간이 촉박한 만큼, 윤재옥 원내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유권자들이 혁신 의지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고, 나아가 김 대표의 사퇴 의미도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윤 원내대표 대행체제로 선거를 치를 경우, 유권자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의지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따는 지적이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한동훈 법무부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변화와 혁신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이 나와 당을 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평론가는 "김 대표가 물러나면서 인적쇄신을 위한 첫 단추가 끼워졌지만, 비대위 등이 어떻게 꾸려질지가 관건"이라면서 "친윤 일색으로 비대위원장 등이 구성된다면 변화와 혁신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