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 이자 돌려주는 이용료율 2% 넘는 곳은 3곳뿐
증권사들 연이어 올렸지만 인상 폭 적어 실효성 의문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영문 기자] 투자자들의 예탁금 운용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적게 지급해 '이자장사'를 한다고 지적받던 증권사들이 연이어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했다. 하지만 인상의 폭이 적어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IBK투자증권, SK증권, 신영증권,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은 일제히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했다.
예탁금 100만원 기준 IBK투자증권은 기존 연 0.25%에서 0.55%로 인상했고 현대차증권의 경우 연 0.10%에서 2.00%로 대폭 늘렸다.
증권사들의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거 이뤄졌다. 키움증권이 지난해 10월 50만원 이상 기준 예탁금 이용료율을 연 0.25%에서 1.05%로 올렸으며 이후 KR투자증권, 상상인증권이 각각 연 1.0%, 연 1.05%로 인상했다.
또 지난해 말 한화투자증권, 교보증권, 삼성증권이 연 1.0%로 모두 인상했으며 이달 초에도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이 연 1.05%로 이용료율을 올렸다.
투자자 예탁금이란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금융투자상품의 매매거래와 관련해 예탁받은 돈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공모주 청약이나 주식매매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놓은 돈이 투자자 예탁금이다.
증권사는 투자자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맡기고 한국증권금융은 이 예탁금을 운용한 뒤 발생한 수익을 증권사에 돌려준다. 증권사는 이 수익 중 일부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예탁금 이용료다. 투자자 입장에선 예탁금 이용료율이 높은 증권사에 돈을 맡길수록 받을 수 있는 이자도 많아진다.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는 예탁금 운용 수익률은 대부분 연 3% 수준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받는 수익은 연 1%대로 2% 가량을 증권사가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다.
예를들어 고객 돈으로 증권사가 얻어간 운용수익률은 3.9%인데 예탁금 이용료율은 1%라면 2.9%포인트 차이가 난다. 2.9%를 증권사가 수익으로 챙기는 셈이다.
지난달 4일 국회 정무위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20개 증권사(미래에셋·삼성·KB·NH·한국투자·교보·다올·대신·메리츠·신영·신한·유진·키움·하나·하이·한화·현대차·BNK·DB·IBK)의 지난해 3분기 누적 투자자 예탁금 수익은 1조1988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고객에게 지급한 예탁금 이용료는 2397억원으로 예탁금 수익의 20% 수준이다.
이용료율이 인상되기 전 증권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더욱 컸다. 2020년 말 기준 예탁금 이용료율은 평균 연 0.18%였으며 2022년 말에도 겨우 0.2% 가량 오른 평균 0.37%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이른바 '이자장사'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증권사가 예탁금을 고객에게 적정하게 돌려주지 않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회의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현재 2% 정도 되는 예탁금 수익의 대부분을 증권사가 갖고 고객에게 아주 극히 일부만 돌려주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그 구조를 점검해서 해소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협회, 증권사들과 함께 '증권사 이자율·수수료 관행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본격적인 해결 방안 모색에 나섰으며 그 결과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기준 및 이용료율 산정주기 기준 제시, 예탁금 이용료율 비교 공시 세분화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각기 다른 이용료율 산정주기를 분기 1회 이상으로 통일해 시장금리 변동을 적시에 반영하도록 하고 비교 공시를 세분화함으로써 증권사간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해당 방안이 적용될 경우 투자자들이 시장금리에 맞는 합리적인 이용료를 받을 수 있음과 동시에 증권사간 예탁금 이용료율 비교가 쉬워져 투자자 이익 증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쟁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이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 중이나 인상한 이용료율 역시 여전히 낮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18일 기준 국내 증권사 37개 중 예탁금 이용료율이 연 2%가 넘는 증권사는 카카오페이증권, 미래에셋증권, 현대차증권 등 총 3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나머지 34개의 증권사의 이용료율도 연 1.1%를 넘지 않는다. 반면 37개 증권사의 평균 예탁금 운용 수익률은 연 3.42% 수준이다.
다만 지난 4일부터 투자자들이 직접 증권사별 예탁금 이용료율을 비교할 수 있어 자신에게 유리한 증권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금융투자협회는 전자공시서비스를 통해 예탁금액별 이용료율, 증권사의 운용 수익률 뿐만 아니라 해당 수치들의 변동 추이도 조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증권사들이 예탁금 이자를 얼마나 남기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운용수익률에서 이용료율을 뺀 만큼 증권사가 수익으로 가져간다. 예탁금 100만원 기준 가장 이자를 적게 남기는 증권사는 다올투자증권 0.96%, 카카오페이증권 1.3%, 현대차증권 1.5% 순이며 가장 이자를 많이 챙긴 증권사는 DS투자증권 3.62%, 흥국증권 3.4%, IBK투자증권 2.97%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테일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들이 공격적으로 이용료율을 인상하고 이와 관련해서 거래 대금 등 영향이 미치는 것이 확인된다면 이용료율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