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수석 "2025년 R&D예산 대폭 증액…재정당국과 계획 수립중"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대통령실이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늘리고, 신설된 과학기술수석비서관실을 중심으로 혁신 선도형 R&D 사업 협의체 등도 구성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이 처음으로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평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상욱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은 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당장 내년부터 정부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며 "과학기술수석실은 중장기적인 계획과 더불어 2025년 정부 R&D 투자 방향을 과학기술혁신본부 및 당국과 협의해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비서관은 다음주 열리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원회와 심의위원회 안건으로 2025년 정부 R&D 투자 방향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수석비서관은 "올해 정부 R&D 예산을 수립할 때 R&D 투자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지난 여러 달 동안 문제시된 R&D 투자 시스템을 개혁해 정부 R&D를 혁신적인 퍼스트 무버형 R&D로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강조된 게 글로벌 협력 R&D"라며 "호라이즌 유럽이라는 유럽연합(EU) 공동 연구 관리 프로그램의 준회원국 협상을 진행했고 타결이 임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부터 호라이즌 유럽에 가입해 기여금을 일정 부분 내고 우리 연구자들이 유럽연합 연구비를 직접 따서 연구할 수 있는 글로벌한 프로그램이 개시될 것"이라며 "3월 하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브뤼셀에 가서 협상 타결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수석비서관은 스타이펜드(연구생활장학금) 등 연구자가 학비나 생활비 걱정 없이 학업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대전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연구자를 위한 지원 방안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모든 전일제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 석사는 매월 최소 80만원을, 박사는 매월 최소 1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수석비서관은 과기수석비서관실 산하 연구개발비서관실에서는 혁신 선도형 R&D 사업 협의체를 구성해 예산을 대폭 증액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협의체는 3개 부처에서 5개 사업이 진행 중으로 다음 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박 수석비서관은 인공지능(AI)디지털비서관실을 중심으로는 AI 반도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첨단바이오비서관실 주도로 AI 신약 개발 등 기존 사업과 신규 R&D 사업을 엮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규모 정부 R&D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사 검증 중인 미래전략기술비서관실은 양자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우주산업과 차세대 원자력 기술 연구개발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과학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R&D 예산 삭감으로 불거진 과학기술계의 불만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각 부처 연구개발 수요를 조사하고, 재정 당국과 협의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방향은 선도적 R&D, 전략적인 R&D"라며 "과학기술인재양성을 위해, 강건한 과학기술 토대 구축을 위해 기초연구 투자 또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도 전혀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올해 예산을 짤 때도 기초 원천 연구에 대한 예산 감액은 없었다. 오히려 조금 증액이 됐는데 계속 과제에서 일괄 감액된 부분이 현장에서 불편을 느낀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올해 예산 삭감에 따른 반발과 관련해 추가 예산 편성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현재로선 검토되고 있는 바는 없다"고 답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2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위원장 대통령)에서 심의·의결한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가별 기술 수준은 1위인 미국을 100%로 봤을 때 유럽연합(EU) 94.7%, 일본 86.4%, 중국 82.6%, 한국 81.5% 순으로 나타났다. 직전 2020년도 조사에서는 한국이 80.1%로 중국(80%)에 근소한 우위를 지켰지만, 2년 만에 역전됐다. 이는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SW), 기계·제조, 우주·항공 등 11대 분야 136개 기술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다.
그러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로 연구개발(R&D) 예산이 삭감됐고 이로 인해 국내 연구 생태계가 붕괴 직전"이라면서 "정부의 편협한 과학기술정책 기조와 대통령의 왔다 갔다, 오락가락하는 행보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