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NA EUV 장비 연간 약 5대 생산
인텔, 차세대 장비 초도물량 모두 확보
삼성전자 내년 2나노 공정 도입 계획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생산하는 하이(High) 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를 놓고 삼성전자와 인텔, SK하이닉스 간 경쟁이 치열해진다. 이 장비를 사용하면 기존 EUV 노광 장비보다 1.7배 더 작고 3배 더 밀집한 회로를 그릴 수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이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하이 NA EUV 노광장비는 5대 정도다. 1대 가격이 약 3억8000만달러(약 5000억원)인 이 장비는 렌즈 개구수(NA·Numerical Aperture, 빛을 모으는 능력의 단위)를 기존 장비 0.33에서 0.55로 키운 것이 특징이다. 노광은 빛으로 반도체 원판에 회로를 형성하는 공정이며, NA가 높을수록 렌즈의 해상력이 높아져 초미세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
하이 NA EUV 장비는 2나노 이하 공정을 구현하는 데 핵심이다. 인텔은 올해 말 1.8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고 2027년 1.4나노 공정까지 성공한다는 목표다. 인텔이 연말 1.8나노 칩 양산에 성공하면 내년 2나노 칩을 양산하려던 삼성전자와 대만 TSMC보다 앞서게 된다.
인텔의 이 계획은 하이 NA EUV 장비 초도물량을 모두 선점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인텔은 ASML과 하이 NA EUV 장비 6대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고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이 장비 1대를 확보했다. 인텔이 나머지 제품을 올해 인도받을 경우 삼성전자가 이 장비를 받는 시점은 내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ASML이 하이 NA EUV 장비 생산량을 늘리는 시점 또한 내년이 될 전망이다. 현재 이 장비를 1대 만들기 위해선 250여명의 엔지니어가 투입돼 6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ASML은 매년 하이 NA EUV 장비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2028년까지 연간 20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ASML은 EUV 노광 장비 기술 초기에 이 장비를 연간 30대 생산했지만 이후 생산속도가 빨라져 현재는 연 50~60대를 생산하고 있다"며 "하이 NA EUV 장비의 생산 속도도 시간이 갈수록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초미세공정을 놓고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이 NA EUV 장비를 확보하는 데는 인텔이 삼성전자의 최대 적수가 될 수 있다.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점유율 1위 TSMC는 상대적으로 하이 NA EUV 장비를 확보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이 회사는 내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에 진입할 계획이지만 기존 EUV 장비로 이를 구현할 가능성이 높다. TSMC는 2030년경 1나노 공정에 하이 NA EUV 장비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하이 NA EUV 장비 확보 경쟁에 동참한다. 이를 이용해 차세대 D램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ASML은 이 장비와 관련해 인텔과 SK하이닉스 등으로부터 현재까지 10~20건의 주문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EUV 장비를 적용해 10나노급 4세대(1a) D램을 처음 양산했다. 2026년 전후로 하이 NA EUV 장비를 이용해 차세대 D램을 만들 전망이다.
업계에선 인텔이 파운드리 분야에 최근 힘을 싣기 시작하면서 기존 TSMC와 삼성전자 간 2파전이 3파전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부문인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를 '인텔 파운드리'로 이름을 바꾸고 기술 개발, 공급망, 패키징 등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인텔은 미국 칩스법(반도체지원법)을 등에 업고 2030년 외부 매출로 파운드리 업계 2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