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 지역구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은 약진한 반면, 비명(비이재명)계 현역의원들은 대거 탈락하는 결과가 나오면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친명계는 엄정한 공천 시스템을 통한 결과라고 자평했지만, 비명계는 “친명계 일색”이라고 비판 목소리를 내면서 당내 계파 갈등도 또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이재명 “민주당, 당원의 당이라는 사실 증명돼”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민주당 4‧5‧6차 지역구 경선 결과, 박광온‧전혜숙‧윤영찬‧강병원을 비롯한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무더기로 탈락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경기 양평군청 앞에 마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정농단 진상규명 촉구 농성장’에서 “참으로 놀랄 일이 벌어졌다”며 “민주당은 당원의 당이라는 사실을 경선을 통해서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천 갈등에 대한 비판 목소리에 대해 “국민들은 변화를 원하는데 그런 점에 대해 또 갈등이니 내홍이니, 무슨 누구 편이니, 누구 편이 아니니, 이렇게 몰아간다”라며 “정말로 옳지 않은 일이다. 국민의 선택을, 당원의 선택을 왜 그렇게 폄하하는 것인가”라고 일축했다. 또 민주당 공천 시스템에 대해서는 “국민 주권의 원리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안귀령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경선 결과 발표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번 경선이 엄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안 대변인은 “경선 결과 세대교체와 정치 변화에 대한 당원과 국민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민주당은 엄정한 공천 시스템을 바탕으로 진행된 이번 경선이 총선 승리의 길을 여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친명계 의원들은 이번 경선 결과를 “민심”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김용민(경기 남양주병) 민주당 의원은 전날(6일) 경선 결과가 나온 뒤 페이스북에 “우리 당 경선 결과를 보니 민심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며 “분명한 흐름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시대정신이 아닐까 싶다”고 썼다.
◇비명계 “친명 일색…총선 구도에 좋지 않은 영향”
반면 당 안팎의 비명계 의원들은 “친명 일색으로 후보가 정해지고 있다”며 총선 국면에서 민주당에 좋은 결과가 아니라는 목소리를 냈다. 비명계인 송갑석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번 경선 결과에 대해 “모두 비명계로 지칭돼 있거나, 혹은 친명계로 알려져 있지만 상대 후보가 ‘찐명’이었던 분들이 모두 탈락했다”며 “어느 정도 예상도 됐지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전체 총선 구도에는 그렇게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유권자들이 보기에 친명 구도가 강화되는 걸로 보이지 않겠나. 그러면 중도층 표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뒤 탈당한 친문(친문재인)계 중진 홍영표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이번 경선 결과에 대해 “충격 받았다”며 “이제 지금 민주당의 현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홍 의원은 “강성 지지자들을 동원한 선동 정치, 이게 지금 민주당을 아주 점령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또 하나는 이 대표가 사당화를 위해 총선을 앞두고 치밀하게 준비했던 의원들을 선출직 평가에서 하위 그룹에 넣은 것이 아주 작동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강병원 의원은 일도 잘했지 않나.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박광온 전 원내대표, 이런 분들이 경선에서 패배하는 걸 보고 이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계획했던 대로 사당화의 완성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경선에서 친명계 김준혁 당 전략기획부위원장에게 패배한 박광온(3선‧경기 수원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민주당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를 통보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
박 의원은 “하위 20%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부족한 저의 탓이다. 죄송하다”라며 “하위 20%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한 가지다. 민주당의 통합과 총선 승리”라고 밝혔다.
이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박광온을 지켜달라는 호소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제가 묵묵히 감내하는 것이 민주당의 총선승리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여겼다”며 “어떻게든 당의 통합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이번 경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덧붙였다.
직전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 의원은 지난해 9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