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 발언' 보도 3시간만 사퇴… "‘그래선 안 된다’는 서술어 안 읽을 줄은"
李 "출신·지향 다른 이들 지지까지 받아내는 당 되길"

이재랑 전 개혁신당 대변인.
이재랑 전 개혁신당 대변인.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이재랑 전 개혁신당 대변인은 16일 “개혁신당이 나같은 존재까지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품이 넓은 정당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전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내가 좌파임을 포기할 생각도 없고 페미니즘을 부정할 생각도 없다. 다만 바늘 끝이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은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교훈을 떠올리며 방향은 견지하되 고정되어 있지 않으려 노력하고 싶을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변인은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으나, 사퇴 과정에서 무언의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출신 이 전 대변인은 새로운선택으로 이적해 제3지대 합당 당시 개혁신당에 합류했다.

이 전 대변인은 지난 3일 과거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재조명한 기사가 논란이 되자 3시간 만에 사의를 표했다. ‘한남’ 표현이 한 커뮤니티를 통해 비판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였다.

이 전 대변인은 지난 21년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어조를 설명하다가 '이 시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어조를 예전엔 여성적 어조라고 그랬는데 그건 성차별적 언어니까 아무래도 지양해야겠지'라고 했더니 학생들이 웃는다”면서 “'쌤, 그게 왜 그게 왜 성차별적 언어에요', '그럼 너희가 생각하는 성차별은 뭔데?' '음, 여성전용주차장? 이런 한남 새끼들, 이라고 쏘아부치고 싶지만 그래선 안 된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먼저 물어야만 한다”고 적었다.

이 전 대변인은 “기사가 떴길래, 이게 뭐야 싶어 식겁해서 봤다”면서 “내 실수다. ‘그래선 안 된다’는 서술어를 안 읽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어 “어쨌거나 내 말 때문에 시작된 논란이었고, 논박을 주고받기에 선거는 짧았다. 당과 상의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사퇴하겠다고 했다”면서 “대변인을 하는 목적이 당과 동료들에게 도움되고 싶어서였으니 내 존재가 누를 끼치는 거라면 그만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변인은 다만 “진보와 보수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공리를 도출해나가는 이상적인 교류와 소통의 장이 이 당에서부터 시작되기를 바란다”며 “특정한 정체성의 정치를 넘어 출신과 지향이 다른 이들의 지지까지 기꺼이 받아내는 당이 될 수 있다면 그건 한국 정치에도 좋은 일”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 전 대변인을 둘러싼 각종 설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괜한 오해와 억측이 없지 않았다. 직접 물어봤으면 답을 해줬을 텐데, 묻지를 않으니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례 공천을 신청한 적도 없고, 자리를 먼저 요구한 적도 없다. 애초에 내가 각오한 역할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개혁신당 선대위 대변인을 맡게 된 것도 원내 정당 대변인의 경험을 가진 사람이 당장 많지 않았고, 나보다 훨씬 능력 있는 사람들은 지역구 선거에 매진해야 했으니, 조막만 한 경험이라도 당과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손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을 따름”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한 언론은 이 전 대변인의 과거 '한남' 발언과 함께 이 전 대변인이 비례대표 후보에 공천을 신청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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