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일 부사장, 세미나서 "내년 중반" 예상...MR-MUF와 하이브리드 본딩 혼용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4 개발‧양산에 속도를 낸다. 2026년 제품을 양산할 것이란 관측을 깨고 내년 중반 출시할 계획이다. 차세대 접합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이 사용되는 것이 유력하다.
문기일 SK하이닉스 부사장은 26일 한국실장산업협회가 주관한 첨단 전자실장 기술 세미나에 참석해 "내년 중반 정도면 SK하이닉스의 HBM4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보다 제품을 빨리 내놓기 위해 속도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4를 개발하고 2026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HBM4부터 달라지는 것은 하이브리드 본딩의 적용이다. 전날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6단 HBM4에도 기존과 같은 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MR-MUF)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MR-MUF는 칩 사이 공간에 특수한 물질을 채워 붙이는 접합 기술로 SK하이닉스는 HBM2E부터 이를 사용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기존 범프 대신 구리와 구리 간 접합을 통해 반도체를 연결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문 부사장은 "16단 HBM4부터는 MR-MUF와 하이브리드 본딩을 같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제덱(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은 HBM4의 패키지 두께 표준을 기존 720마이크로미터(μm)보다 두꺼운 775마이크로미터로 완화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본딩이 패키지 두께를 낮추는 것 외에 방열 우수성 등 여러 면에서 강점을 갖춘 만큼 차세대 HBM에 결국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반도체 연결에 필요했던 기존 소재가 불필요해지기 때문에 제품 두께를 낮출 수 있다. 전체 패키지 두께 720마이크로미터에서 MR-MUF를 이용한 SK하이닉스의 8단 HBM3E의 칩당 두께가 55마이크로미터라면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한 16단 HBM의 칩당 두께는 34마이크로미터가 된다. 신기술을 적용하면 두께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보다 많은 D램을 쌓아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8단 HBM3E에서 수직으로 쌓은 칩 간격은 15마이크로미터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본딩을 사용한 16단 HBM에서 칩 간격은 '0(제로)'가 된다. 칩 간 연결통로의 일종인 솔더블(마이크로 범프)이 사라져 전체 높이가 낮아지는 것이다.
다만 문 부사장은 하이브리드 본딩을 써도 HBM에서 칩당 두께를 일정 수준 미만으로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20마이크로미터 중반대가 결국 한계가 될 것"이라며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을 사용하면 20마이크로미터 초반 수준으로 구현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문 부사장은 하이브리드 본딩이 방열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소개했다. 기존 방식인 MR-MUF는 반도체 칩을 회로에 부착하고 칩을 위로 쌓아 올릴 때 칩과 칩 사이 공간을 액체 물질의 에폭시몰딩컴파운드(EMC)로 채워 방열 성능을 높였다. 하지만 결국 칩 사이의 간격이 있는 이상 방열 효과가 신기술 대비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또 문 부사장은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한 16단 HBM4의 대역폭(시간당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8단 HBM3 대비 3배 가까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기준에서 경쟁 제품은 대역폭이 약 1.5배 높아지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의 16단 HBM4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문 부사장은 HBM이 서버나 고성능컴퓨팅(HPC) 등 기업용 제품 외에도 일반 소비자용으로 적용이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 부사장은 "HBM이 지금은 비싸지만 제조원가가 낮아져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등 일반 소비자 제품에도 결국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