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창간 10주년 기획 시리즈]
스마트 팩토리·SDV에 임직원 역량검사까지 전방위 AI 융합
'자동차=전자기기'...SW 개발 역량 내재화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서 지능형 전자장비로 진화하고 있다. 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지 오래다.
차가 스스로 판단하고 길 위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양산이 눈앞에 다가왔다. ‘스마트’란 화두는 제품 단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생산부터 인력 관리까지 인공지능(AI)이 전방위적으로 자동차 업계에 녹아들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싱가포르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 거점 확보 차원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같은해 11월 준공식에서 드러난 계획은 그 이상이었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라고 명명했다. 그러면서 인간 중심의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를 구축하고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AI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인식은 HMGICS의 콘셉트에서 엿볼 수 있다. 이 회사는 HMGICS을 △지능형, 자동화 제조 플랫폼 기반 ‘기술 혁신’ △다품종 유연 생산 시스템 중심 ‘제조 혁신’ △고객 경험 기반 판매 모델 구축 등 ‘비즈니스 혁신’을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실증하는 테스트베드라고 소개했다. 개발부터 생산까지 주요 사업 역량을 AI를 중심으로 집결하겠다는 것이다.
△개발·생산·완성품 모두 ‘AI로 스마트하게’
자동차 업계에서 스마트 팩토리 구축은 비교적 일찍 시작됐다. 로봇을 통한 자동화 공정이 많은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AI와 클라우드를 통한 생산혁신의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된 분야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015년 생산기술개발센터를 신설,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공개된 스마트태그 시스템의 경우 차의 각 부품에 작은 태그를 부착해 조립 로봇 스스로 어떤 차종인지 파악하고, 해당 차종에 맞게 조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불량률을 줄이고, 문제가 발생해도 시스템 상에서 실시간으로 파악·대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가상 현실을 활용한 버추얼(VR) 개발 프로세스도 활발히 추진한다. VR을 활용해 가상의 자동차를 만들거나 신차의 디자인, 설계, 안전성, 성능 검증 등을 디지털로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20명이 동시에 VR로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VR 디자인 품평장을 완공, 같은해 6월부터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시범 운영하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버추얼 개발을 활용하면 물리적 제약 없이 선행 개발 단계부터 품질을 검증할 수 있다. 개발 기간은 약 20%, 비용은 연간 약 15%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지난 2018년 11월 인공지능 전담 조직인 에어랩(AIR Lab)을 신설, 현재 사내독립기업(CIC)인 에어즈 컴퍼니로 격상시켰다. AI 영역을 라이프 서비스 영역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SDx,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
올해 초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대 규모의 ICT 융합 전시회 CES 2024에 참가해 자동차를 넘어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모든 것’을 뜻하는 SDx(Software-defined everything)로의 확장을 선언했다. 이동수단을 둘러싼 모든 환경에 소프트웨어와 AI를 적용,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사용자 중심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CES 2024 기조연설자로 나선 송창현 현대차·기아SDV본부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차량이 소프트웨어와 AI를 통해 발전하면 복잡한 작업을 차가 스스로 처리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에 기반한 기술과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져 고객에게 이전에 없던 상당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사람들마다 다양한 이동 목적에 따라 합리적인 비용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서비스 접근성이 향상되고 이동의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SDV(Software-defined Vehicle)에 힘을 싣는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 개발 아키텍처를 고안하고, 차량 개발의 민첩성과 확장성을 높여 사용자 중심의 기능을 더 빠르게 업데이트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차량에서부터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봇에서부터 스마트 팩토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소프트웨어 정의 기기들이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이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미래다.
현재 SDV는 소프트웨어를 통한 차 성능의 최적화,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한 실시간 수리 및 고객 대응에서 성과가 나타난다. 자동차 업계에선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 AI를 통한 해석 및 학습을 통해 이동수단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사명 의미도 바꿨다…SW·AI에 진심
현대모비스는 올해 CES에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전문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회사 사명의 의미도 ‘MObility Beyond Integrated Solution’ 으로 재정의했다.
자동차 부품공급사인 현대모비스는 완성차 시장의 트렌드보다 한 발 앞서 AI를 전사적으로 접목, 활용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19년부터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진행했다. 당시 제조업에서 AI를 전사 현업 업무에 확대 적용하기 위해 별도의 조직과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자체 개발한 ‘모션 AI 세이프티 시스템’이 지난 2022년부터 실제 생산공정에 도입됐다. 생산 라인에 설치된 이미지 센서가 작업자 상황을 인식, 데이터를 전송하면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작업자의 위험영역 진입을 감지해 로봇과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는 구조다. 이는 고사양 산업용 PC와 이미지 센서, 로직 제어기를 아우르는 기술을 제조업에서 성공적으로 내재화한 사례로 손꼽힌다.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미래 차 개발에도 AI가 핵심요소로 부상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 검증시스템 ‘마이스트’와 딥러닝을 탑재한 대화형 개발문서 검색로봇(챗봇)을 도입했다.
‘마이스트’는 연구원들이 설계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의 모든 연산과정을 AI로 검증한다. 소프트웨어 검증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검증속도 및 정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한다. 현대모비스는 AI 검증 시스템을 제동과 조향 등의 핵심부품은 물론 자율주행·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친환경 등 미래차 연구 전 부문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현대모비스는 조직문화와 연계한 직무 만족도 검증 모델, 보안 강화를 위한 예외 유형 분류 모델, 협력사 위험 사전 감지 알고리즘 등도 자체개발했다. 기술 실증을 넘어 기획 단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확대 적용되고 있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타이어 업계, 성분 배합도 AI로 해법 찾는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및 ‘스노우플레이크’ 등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기업을 비롯해 카이스트 등 학계와 손잡고 AI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통합 AI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집중한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연구개발·생산·품질의 내부 데이터는 물론 외부의 모빌리티 데이터, VOC 데이터 등을 수집·연결하고 AI를 통해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iON)’의 품질을 개선하고,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디지털 트윈'을 통한 연구개발도 타이어 업계의 최근 화두다. 제품 개발 과정을 디지털 공간에 구현, 개발 및 검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서다.
국내에선 금호타이어의 VCS(Virtual Compound Simulation) 및 VTS(Virtual Tire Simulation)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과 공동연구를 통해 디지털 트윈을 통해 타이어 컴파운드(복합소재) 및 성능 예측 시스템을 구축했다.
컴파운드의 원재료 및 배합 비율은 타이어 성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다양한 원료를 여러 배합 비율에 따라 섞고 타이어를 만들어 각 성능을 확인하는 데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VCS 시스템을 통해 시뮬레이션으로 시험 횟수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VTS 역시 타이어 설계 인자와 시험 결과 기반의 빅데이터를 학습,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타이어 성능을 예측해 개발 역량을 강화한다. 회사에 따르면 VTS를 통해기존 대비 최대 50% 이상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