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창간 10주년 기획 시리즈]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 등 AI 시대 맞아 새 기회
게임체인저로 AI 급부상, 경쟁우위 단기간 확보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모든 산업에서 AI가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 특히 AI를 구현하는 반도체,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AI 가전, 업무를 자동화시키는 AI 솔루션 등 혁신 기술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무엇보다 AI 구현의 핵심인 반도체에서 두드러진다. 메모리반도체에서 만년 2위였던 SK하이닉스가 AI 특수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SK하이닉스의 매출 기준 D램 점유율은 34.3%로 삼성전자(38.9%)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두 회사의 격차가 사상 최저치로 좁혀진 것이다.
2022년 3분기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40.7%, SK하이닉스는 28.8%였다. 하지만 오픈AI가 2022년 12월 챗GPT를 공개한 뒤부터 SK하이닉스의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생성형 AI 붐이 일면서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SK하이닉스의 HBM이 불티나게 팔렸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기세를 몰아 HBM4 양산 시기를 내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HBM4는 데이터전송 통로인 입·출구(I/O) 수가 2048개로 전 세대 대비 2배 많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더 빨라져 일상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을 넘어섰다. 올해 1분기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조8860억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1조원가량 많았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은 1조9000억원으로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에서 5개 분기 연속으로 SK하이닉스에 손익이 뒤지고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삼성은 이제 추격자로서 앞서있는 업체들과의 거리를 좁혀야 하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생활가전의 'AI 혁명'
삼성전자와 LG전자의 AI 가전 경쟁도 치열하다. 소비자들이 가전을 사용할 때 불편해하는 ‘페인(pain) 포인트’를 찾아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안방이 습해”라고 말하면 제습기과 에어컨이 알아서 가동된다. AI 가전이 환경을 분석해 습도와 온도를 알아서 조절한다. “어제 식빵을 샀는데 어떻게 만들어 먹으면 좋을까?”라고 냉장고에 물으면 안에 있는 식재료를 분석해 레시피를 제안한다.
경쟁은 AI가 어떤 기능을 제공하는지를 넘어 마케팅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LG전자는 AI를 이용한 '공감지능'을, 삼성전자는 AI를 통한 스마트폰-생활가전-TV 등과의 연결성 확대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LG전자는 자체 설계한 AI 반도체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처럼 반도체 전문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AI칩 경쟁력에서 밀릴 것으로 보이지만 가전 전용 온디바이스 AI 칩만큼은 경쟁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또 이 회사는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감지능 개념을 앞세우면서 AI 가전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업계에선 AI가 가전산업의 새로운 판매 소구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판매량은 불경기에도 선방했다.
삼성전자는 예상을 깨고 가전·영상디스플레이(CE·VD) 사업부의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다. LG전자에서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홈에어솔루션&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는 역대 최대 매출과 함께 역대 두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써냈다.
삼성전기·LG이노텍, 고부가 기판 수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에도 AI는 새 기회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의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AI 가속기용 MLCC는 IT 기기용 제품보다 고사양 제품으로, 고온·고용량의 특성을 갖춰야하는 만큼 가격이 비싸다.
생성형 AI가 더 확산하면 이를 구현하는 AI 가속기나 AI 가전 등에는 기존보다 많은 MLCC가 더 필요하다. 고의영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컨벤셔널(일반) 서버 대비 AI 서버에서의 MLCC 탑재량은 150% 이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기판 기술도 변화하고 있다. AI PC, AI 가속기에 들어갈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고부가 패키지 기판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29일 진행한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앞으로 회사의 AI 관련 매출이 매년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이노텍은 2022년 FC-BGA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다. AI와 자율주행차 등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FC-BGA를 찾는 업체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전세계 FC-BGA 시장은 2022년 80억달러(약 11조원)에서 2030년 164억달러(약 22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경우 AI 가전에 이들 기업의 고사양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AI 가전은 기존 가전보다 여러 기능을 갖춘 특성 때문에 사용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직접 보여줘야하는 필요성이 커진다.
또 AI에 기반한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운전석 앞 유리에는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운행 정보와 콘텐츠를 보여주는 시스템)에는 OLED 적용이 확대되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SDS·LG CNS, AI가 회의록 쓰고 개발자 능력 높여
정보통신(IT) 서비스 기업들은 생성형 AI로 업무능력을 높이는 데서 활로를 찾고 있다. 삼성SDS는 지적 작업을 자동화하는 솔루션 '브리티 코파일럿'을 최근 출시했다.
브리티 코파일럿은 영상회의 회의록을 작성하고 실행 방안을 도출해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는 등 생성형 AI를 통해 여러 작업을 자동화한다. 삼성SDS가 자체적으로 이 솔루션을 시범 적용한 결과 개발자의 개발 속도는 30% 향상, 성능 검증 속도는 2배 빨라졌다.
고객 요청에 대응하는 자동화율은 60%를 달성했다. 직원 1명이 브리티 코파일럿을 이용하면 월 평균 4.9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게 삼성SDS의 설명이다.
황성우 삼성SDS 대표이사(사장)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든 서비스와 상품, 일하는 방식에 생성형 AI를 접목하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이를 통해 당사와 고객의 업무를 혁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LG CNS도 '디에이피(DAP) 젠(Gen)AI' 플랫폼, 'AI코딩' 등 자체 생성형 AI 솔루션 라인업을 갖췄다. DAP GenAI는 기업 고객이 원하는 언어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을 돕는다. 오픈AI의 'GPT-4', 구글의 '팜2', LG AI연구원의 '엑사원' 등 초거대 AI 모델을 활용해 문서 요약, 상품 추천, 보고서 작성 등을 할 수 있다.
AI코딩은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등을 구축할 때 개발자의 코딩 업무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코딩 표준에 따라 동일한 품질의 코드를 생성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개발자의 업무 생산성을 30% 이상 높인다는 게 LG CNS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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