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수소를 직접 태워 추진력을 얻는 수소 연료차량(ICE) 상용화 논의가 최근 활발하다. 수소 연료전지차량(FCEV)보다 저렴하고, 기존 내연기관 엔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 있는 친환경차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및 FCEV와 마찬가지로 수소 ICE 차량도 무공해 차량(ZEV)으로 인정키로 해 상용화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올해부터 이산화탄소 배출 관련 법령을 개정, 상용차 부문 규제를 강화한다. 중장거리용 대형트럭은 내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5% 줄여야 한다. 2030년엔 감축 비율이 30%까지 확대된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운송사업자 등에 부과되는 벌금이 주행거리 단위(이산화탄소 배출량 및 주행거리 상수)에 따라 최대 6800유로(약 1000만원)까지 예정돼 있다.
동시에 ZEV에 해당하는 차로 배터리 전기차(BEV) 및 수소연료전지차(FCEV)와 함께 수소 연소차량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해당 차량의 친환경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현실적으로 EU의 배출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산업계의 입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상용차의 경우 주행거리가 길고 적재 화물이 무거워 배터리 전기차 도입이 승용 부문보다 늦다. 볼보트럭과 만(MAN) 정도가 지난해부터 전기트럭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상용차의 경우 현대차가 앞서 있다. 부분적으로 B2B 방식으로 유럽 및 미국 시장에 공급한다. 다임러와 스카니아 등 유럽계 상용차 브랜드에서도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차 가격이 내연기관 트럭의 4배 이상 달해 정부 보조금 없이 판매가 어려운 실정이다.
수소 연소트럭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타타대우상용차의 경우 2026년 수소 연소트럭을 공개한 뒤 추후 양산 시점을 결정할 방침이다.
김방신 타타대우상용차 사장은 “수소내연기관차는 디젤 트럭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대로 판매할 수 있고, 유럽에서도 제로 이미션카(ZEV)로 분류될 정도로 친환경성을 인정받았다”며 “올해와 내년을 기점으로 주요 유럽 상용차 브랜드들이 수소내연기관차를 본격 출시할 것으로 파악, 발 빠르게 개발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업체 중 볼보트럭은 2029년 수소 연소트럭 양산을 예고했다. 재생 가능한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을 점화 연료로 사용하는 '고압 직접 분사(HPDI)' 기술을 적용, 효율과 성능을 끌어올렸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만(MAN)은 지난 2021년부터 수소 연소엔진 시제기(프로토타입)를 운영, 실증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디젤 및 액화천연가스(CNG) 엔진을 기반으로 기존 내연기관과 동일한 성능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제설용 특수차량을 통해 디젤엔진의 부품 80%를 공유하면서 유사한 성능을 발휘하는 수소 연소차량을 운영하는 데 성공, 양산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 포비아(FORVIA) 무라트 아이데미르 전무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소 연소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전기 트럭 및 연료전지 차량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정비 및 부품수급이 용이하다는 것도 수소 연소차량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