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민 데일리한국 정치경제부/부장
안희민 데일리한국 정치경제부/부장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기후위기 대응’을 표방하고 22대 국회에 진출한 더불어민주당의 박지혜 의원과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이 같은 듯 다른 ‘자매법안’을 내놓았다.

22대 국회 들어 박 의원은 ‘탄소중립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 특별조치법’을, 김 의원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 촉진 특별법’을 내놓았다.

각각 산업과 금융을 다루면서 기후위기가 심각하니 정부 지원(박 의원)과 정책·민간금융(김 의원)으로 뒷받침하자는 내용이다. 

2022년 9월 25일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모태로 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최근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직접 경험하면서도 정작 대응방안 마련에는 심드렁한 한국 사회에서 두 법안은 분명 소중한 발걸음이다.

하지만 여전히  탄소중립산업과 기후금융을 도와주려 할 뿐 대상 사업이 한국 사회에서 만개하지 못한 점에 대한 성찰이 부족해 보여 아쉽다. 

한국에 탄소산업과 기후금융은 이미 존재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이 대표적인 탄소중립산업이다. 자연의 무한한 에너지를 이용해 탄소뿐만 아니라 연료마저 들지 않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기존 전력계통에 장애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고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비싸다며 퇴짜를 받고 있다.

원자력계의 견제도 한국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만개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태양광의 경우 전기요금 인상으로 시장에서의 경제성 확보를 코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현정부의 국조실 조사, 감사원 감사, 경찰 수사로 주저앉고 있다.

해상풍력의 경우 현정부도 지원하고 있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많고 사업기간이 길며 전력망 확충이라는 SOC도 필요해 갈 길이 멀다.

태양광과 풍력이 박 의원이 말한 탄소중립산업의 전부는 아니지만, 선두에 선 산업이 이런데 △육성에 필요한 재원조달 계획 수립 의무 △탄소중립산업위원회를 통한 지원 △특화단지육성시책 수립 △특화단지 승인·인가·허가 조력 △국가탄소중립기술개발사업 추진 △예타 면제 △기후대응기금·전력산업기금 지원 △조세특례제한법 지원을 얹는다고 한들 당면한 문제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령, 지자체에 수소, 풍력 특화단지가 이미 설정돼 있으나 산업체 대부분이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으려 해 기업 유치에 애 태우고 있다. 태양광의 경우 지난해 조세특례제한법에 대상 산업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전력산업기금의 경우 용도가 축소되는 게 현실이다.

김 의원이 언급한 기후금융 이전에 이미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에너지전환기금뿐만 아니라 기재부 예산에 기후대응기금도 있다. 전임 정부는 관련 기금의 운용을 민간에 위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수익성을 따지다 보니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그림의 떡’이었다. 전임 정부 말기엔 민간은행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지원하는 금융상품을 출시했고 지금도 일부 남아있다.

이런 상황은 김 의원이 주장한 △국가의 기후금융 촉진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방안 마련 △금융위원회의 기후금융촉진 기본계획 5년마다 수립 △기후금융 촉진위원회 운영 △공공금융지원 △금융회사의 책무 △채권발행이 얼마나 현실성을 가질지 의문이다.

천편일률적으로 '지원'을 이야기하기 보다 기후금융의 대상이 되는 사업이 시장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게 현실적일 수 있다. 어쩌면 이들 사업을 정치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기후금융에 중요할 수 있다.

시장성과 안정성을 확보한 사업이면 정책금융이든 민간금융이든 앞다퉈 자금을 지원할 게 분명하다.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이 척박하고 차가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박 의원과 김 의원의 뜨거운 마음이 소중하다. 그러나 뜻을 이루려면 뜨거운 마음만큼 현실을 차갑게 바라보는 냉철함도 필요하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고 원내에 진출한 의원들이 여럿 있으나 척박한 현실정치에서 정작 기후위기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박 의원과 김 의원은 그런 현실을 남다르게 개척해 경력쌓기가 아닌 진정한 '기후의원’으로 성공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