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연이은 전기차 화재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이 안전성 높은 '반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LiB)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나, 고체와 액체 중간 형태의 전해질을 사용한다.
7일 L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내 주요 반고체 배터리 관련 기업으로는 니오, CATL, EVE에너지 등이 주목된다. 또 중국 기업 동펑과 셀레스는 반고체 배터리 전기차를 양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상하이자동차 계열 즈지자동차는 급속 충전 반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
글로벌 점유율 1위인 CATL은 반고체 배터리를 통해 차세대 음극 소재 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EVE에너지 등 배터리 기업들도 반고체를 적용해 안전성을 높인 파우치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광저우자동차 역시 대용량 전고체 배터리 셀 개발을 완료해 오는 2026년에 자사 전기차 브랜드에 탑재할 예정이다.
니오는 150kWh 반고체 배터리 양산에 들어갔으며, 지난해 말 반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니오 ET7를 선보인 바 있다.
ET7 차량은 컨셉 공개 이후 목표 성능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으나, 최근 자체 주행 테스트에서 불과 20kg 증가한 배터리 무게로 1070km를 달려 50% 주행거리 향상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니오의 사례처럼 배터리 차별화에 집중한다면 시장이 반고체 배터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중국 기업들이 반고체 배터리를 통해 경쟁국 대비 차세대 배터리 소재의 연구개발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LG에너지솔루션은 본사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조직에서 반고체 배터리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1억달러(1311억원)를 투자한 미국 배터리 업체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에서 반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26~2027년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반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반고체 배터리는 차세대를 대비하기 위한 여러 기술 전략 중 하나"라며 "반고체 배터리도 차세대 기술이고 기술개발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SDI와 SK온은 전고체 배터리에 몰두하고 있다. 삼성SDI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시범 생산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완성차 업체에 시제품을 납품하는 단계다. 독자 개발한 고체 전해질과 리튬 음극재를 사용해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했다고 알려졌다.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이 목표다.
또 다양한 장점을 지닌 건식 전극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맞춤형 솔루션 제공을 위해 9분 만에 급속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오는 2026년에 양산할 계획이고 배터리 수명을 20년까지 늘린 배터리도 2029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온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고분자-산화물 복합계는 오는 2028년, 황화물계는 2029년에 시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대 하디 카니 교수 연구팀과 기존 대비 이온 전도도를 약 10배 이상 높인 고분자 전해질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단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생산 비용이 높고 아직 양산에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LFP 배터리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다 중국에 시장을 내준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LFP 배터리 중 95% 이상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CATL과 BYD가 전기차용 LFP 배터리 공급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고체 배터리는 지금까지 중국 기업이 개발을 선도해 온 분야는 맞다"며 "중국 업체들이 일부 기술력을 과장하는 측면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최근 들어 테슬라 등 전기차 제조사들이 속속 가성비가 좋은 LFP 배터리를 장착하는 모습을 고려한다면 다시 한번 시장 장악이나 기술표준 선점에 뒤처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