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기술연구원 “수소경제 성숙 시 액체수소·수소캐리어보다 경쟁력 있어”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산업시설이나 일반가정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도시가스관로에 e메탄(메테인)을 섞어 공급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2050 국가온실가스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탄소중립 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필요가 있어서다.
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강원도는 한라시멘트, 삼표시멘트, 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동서발전과 고등기술연구원과 함께 e메탄 사업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고한 CCU 메가프로젝트 과제에 e메탄 실증 사업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고등기술연구원은 2019년 5월에서 2022년 10월까지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CO2)와 수소를 합성해 e메탄을 시간당 30N㎥(하루 0.5톤) 생산하는 ‘CO2 메탄화 개발·실증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후 100N㎥/h급(하루 0.5~1.5톤) e메탄 생산설비도 확보했다.
e메탄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그린수소와 합성해서 만든다. 이 가스를 200~300°C로 예열한 뒤 니켈 촉매에 노출시키면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4)이 생기고 부산물로 물(H2O)이 발생한다.
수소는 직접 이동·운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변형물로 바꿔 수송하게 된다. 그 방법 중 e메탄이 액화수소, 암모니아, 액상유기화합물(LOHC)보다 수송 시 경제성이 더 뛰어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수현 고등기술연구원 박사는 “수소경제가 성숙하면 해외에서 각종 수소와 수소화합물을 수입하게 되는데 이때 e메탄의 경제성이 액화수소나 암모니아, LOHC를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e메탄을 생산할 때 대기에서 포집한 CO2를 사용하기 때문에 연소 뒤 CO2가 발생해도 대기의 CO2 총량은 줄지 않는다. 그래서 e메탄을 탄소중립(Carbon Neutral) 에너지원이라 부른다. e메탄을 공기 중에 누출하지 않고 연료로만 사용한다면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다.
게다가 e메탄은 액화수소, 암모니아, 액상유기화합물(LOHC)보다 저장이 쉽고 운반이 용이해 정부가 발표한 1차 수소경제 이행계획의 유력한 이행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부는 1차 수소경제 이행계획에서 2030년 196만톤, 2050년 2290만톤의 청정수소를 해외에서 도입할 계획이다.
e메탄이 매력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e메탄은 화학적으로 기존 천연가스(CH4)와 동일해서 LNG운반선과 운송시설, 배관, 천연가스복합발전,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e메탄은 이러한 장점 때문에 당분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선 e메탄은 이미 각광받는 탄소중립 에너지원이다. 특히 일본은 e메탄에 주목하면서 e메탄을 채용하는 일본 도시가스 회사가 늘고 있다.
일본은 e메탄 비중을 2030년 도시가스 사용량의 1%, 2050년에는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쿄가스, 오사카가스, 토호쿠가스가 연합해 미국 텍사스 루이지애나 카메론 LNG액화터미널에서 연간 13만톤의 e메탄을 생산, 도입하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오사카가스는 호주와 페루에서 각각 연간 6만톤의 e메탄 생산도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단계적으로 e메탄 생산기술 확보를 위한 로드맵을 수립해 시간당 e메탄을 8~12.5N㎥/h 규모로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하고 있고 추가로 125~400N㎥/h급 실증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연간 6만~35만 톤의 e메탄을 생산할 수 있는 1만~6만N㎥/h급 설비를 갖추는 게 목표다.
유럽에서도 독일, 노르웨이, 핀란드 등에서 연간 수천~수만톤 규모의 e메탄 생산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