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장정우 기자] SK텔레콤은 한국을 대표하는 통신사로 지금까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말 기준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1623만명을 기록하며, 국내 통신사 중 가장 많은 서비스 가입자를 보유해 국내 통신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나아가 지난 몇년간 국내 통신 1위 사업자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글로벌 AI 컴퍼니’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AI 개인비서 ‘에이닷’과 같은 고객 서비스를 넘어 AI 데이터센터, 통신에 특화된 ‘텔코 LLM(거대언어모델)’ 등을 개발하며 B2B(기업간 거래)시장에도 뛰어들어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SKT는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만큼 그동안 쌓아온 통신과 AI 역량을 바탕으로 가시화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통신에 안주 않고 신사업 발굴 나선 주역
유영상 사장은 취임 이후부터 글로벌 AI 컴퍼니라는 목표를 세우기까지 자신의 역량을 활용해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해 왔다.
그는 지난 2000년 SKT에 입사해 SKT와 SK C&C에서 신사업 투자 및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했다. 특히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 실무를 총괄하며 인수합병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19년부터는 SKT의 MNO(이동통신) 사업대표를 역임하면서 5G와 AI 기반의 통신 리더십과 함께 구독 및 메타버스와 같은 신사업을 모색하기도 했다.
2021년 사장으로 공식 취임한 이후에는 본격적인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위한 전략을 수립 및 수행하기 시작했다. 취임 당시에도 3대 핵심 사업으로 유무선 통신, AI 서비스, 디지털 인프라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신년사에서는 “모바일 혁명에 버금가는 AI혁명이 B2C, B2B를 막론하고 가시화될 것”이라며, AI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후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술과 서비스로 고객을 이롭게 하는 AI 컴퍼니’라는 SKT 2.0 비전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위한 활동을 예고했다. 현재까지도 주요 AI 활용 사례로 활용되고 있는 에이닷, ‘엑스칼리버’, AI 반도체 등도 소개됐다.
그는 당시 “본업인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연결 기술에 AI를 더하는 SKT만의 차별화된 ‘AI 컴퍼니’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도약 최우선 목표로 설정
지난해 SKT는 AI 컴퍼니에서 나아가 전세계를 겨냥하는 글로벌 AI 컴퍼니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AI 피라미드 전략을 공개했다.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과 관계를 밀접하게 만드는 ‘자강(自强)’과 AI 얼라이언스 중심의 ‘협력(協力)’ 모델을 피라미드 형태로 단계별로 묶어낸 전략으로 현재까지 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AI 관련 투자 비중을 과거 5년(2019~2023년) 12%에서 향후 5년간(2024~2028년) 33%로 약 3배 확대해 2028년에는 매출 25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AI를 회사의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의 LLM 개발 추세에 맞춰 ‘에이닷엑스’ 공개와 함께 ‘멀티 LLM’ 전략을 발표했다. 앤트로픽, 오픈AI 등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통신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텔코 LLM의 한국어 버전 개발을 완료하고 SKT 내부에서 활용 및 개선 중이다. 나아가 도이치텔레콤, 이앤, 싱텔, 소프트뱅크 등과 결성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와 함께 ‘글로벌 텔코 LLM’을 개발하고 있다. 통신사들의 50개국 13억명 가입자를 기반으로 다국어 데이터를 학습해 지역별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글로벌 AI 컴퍼니로서의 기반을 다져온 SKT는 AI를 활용한 수익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생성형 AI, AI 데이터센터, AI컨택센터 등의 솔루션을 제공해 연매출 60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고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그중 AI 데이터센터가 단기적으로 가장 먼저 수익화가 가능한 분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관리 노하우, 액침냉각 기술 등 SK그룹이 보유한 사업역량에 글로벌 파트너십을 더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 목표 달성 위해 글로벌 협력 이끌어 내
다양한 AI 전략을 펼치고,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기업과의 협력관계를 성사 시킨 유 사장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외 주요 인사와의 만남을 가지는 등 직접 발로 뛰면서 AI 분야 뿐만 아니라 신사업과 관련된 글로벌 협력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UAM(도심항공교통) 사업과 관련해 유 사장은 지난해 직접 미국 현지를 방문해 UAM 선도기업 조비 에비에이션과의 협력을 성사시켰다. 조벤 비버트 조비 에비에이션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만나 실증사업 수행 및 한국의 UAM 상용화를 위한 사업협력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또 지난 2월에는 GTAA 멤버사와 만나 창립 총회를 열고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를 통해 사업영역을 전세계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GTAA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6월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TM포럼’에서 ‘글로벌 텔코 AI 라운드테이블’ 행사를 열었다. 행사 오프닝 스피치를 통해 글로벌 통신사들의 AI 협력이 가져올 통신 분야의 혁신과 비전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지난 5월 개최된 ‘AI 서울 정상회의’에서 미국, 영국 등 주요국 정상과 디지털부 장관, 국내외 빅테크 대표들이 있는 자리에서 연설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SK AI 포럼 2024’에서 우수 AI 인재 확보를 위한 활동도 이어 갔다.
◇ 골든 타임 놓치지 않기 위한 경쟁력 강화 강조
유 사장은 지난달 타운홀 미팅을 통해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해선 AI에 더해 OI(본원적 경쟁력 강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회사의 체력과 역량을 빠르게 강화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통신과 AI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집중, 통신과 AI 경쟁력 동시 강화, 유연하고 단단한 기업문화 조성 등의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또 고객 가치를 강화하는 마케팅 전략과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품질 강화 등 통신 본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사업 프로세스를 최적화할 것도 당부했다.
유 사장은 “AI와 OI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글로벌 AI 컴퍼니'와 ‘세계 일류 수준의 통신사’ 모두를 실현한다는 것이다"면서 "이를 위해 SK 경영관리시스템 정신을 바탕으로 ‘수펙스’ 목표를 추구하는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기업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