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기후변화가 가져올 연쇄복합적 위기에 탄력 있는 사회 구축해야”
“몇 년안에 오산천 범람할 것…보강 기준, 과거 100년에서 향후 100년으로”
“다음 1년, 5년, 10년 안에 완성해야 하는 일로 세심하게 나눠 계획해야”
“기후대응기금, 닥쳐올 재난에서 사람들이 보호하는데 사용해도 부족”
“글로벌 기후적응 펀드 조성과 각국의 협력 조직 활성화 추진”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의원은 “요새 앞구르기에 관심이 많은 33개월 된 딸 아이가 살아갈 22세기가 걱정된다”며 “글로벌 기후적응 펀드를 조성하고 각국에 기후위기 생존협력조직을 강화하며 궁극적으로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차 의원은 29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막 걸음마를 뗀 딸에 대한 부성애를 진하게 드러냈다. 의사 출신으로 국경없는 의사회 등 국제 인도주의 단체와 KAIST 교수로 활동하며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22대 국회에 지역구의원(오산시)으로 입성해 기후적응(Climate Adaptation)으로 불리는 기후생존을 위한 새 국제질서를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한국사회에서 기후변화대응 논의는 기후완화(Climate mitigation)가 주 내용이다. 대기 중 탄소의 총량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방지한다는 내용이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 대표적인 예이다.
차 의원이 추구하는 기후변화대응 방안은 기후완화와 조금 다른 기후적응(Climate adaptation)이다. 차 의원은 수동적으로 들린다며 ‘적응’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는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생존하는 방안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래서 ‘기후생존’, ‘기후생존행동’으로 표현했다.
차 의원은 의사가 된 후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겪는 위기와 고통이 기후와 연관돼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20년 전 젊은 의사로 일할 때 가장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사회적 고통이 심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그들의 위기와 고통이 제 일상에 들어왔다”며 “재난, 참사, 위기에 준비해 나가는게 제가 앞으로 할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경 없는 의사회나 인도주의 지원단체들은 처음에 자연재난이나 지역분쟁이 기후와 연관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IPCC 보고서 발간 등 전세계적으로 기후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기후문제와 연관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가뭄으로 농작물이 말라죽어 식량부족으로 이어지고, 이어 종족분쟁이 발발하는 사실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태종, 세종, 성종으로 이어지는 태평성대도 알고 보면 기후가 평온한 덕분이었으며, 소빙기 시절엔 유럽이든 동아시아든 전쟁이 발발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온열질환이나 해수면 상승과 같은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의 정치·사회·경제적인 안정성을 해치며 거버넌스가 취약한 국가들을 분쟁으로 몰아가는 사례가 많다”며 “우리는 기후가 만든 여러 다양한 연쇄적인 글로벌 위기를 선도적으로 예방하고 그 영향들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2030년대나 그 이후 겪게 될 변화들은 더 극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기후생존행동에 대응하는 수준이 일천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기후위기가 가져올 정치·경제·사회적 연쇄 효과에 집중하며 탄력성 있는 사회를 구축하는데 몰입해야 하는데, 한국에선 그런 논의가 아직 확장되지 않았다”며 “탄소중립과 같은 기후완화 문제에 집중하는 동시에 예상되는 극단적 기후변화들에 대응하지 않으면 수많은 죽음을 막아낼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이 기후적응, 곧 기후생존행동에 나서야할 때라는 것이다.
차 의원은 기후생존행동이 멀리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 폭우 때 지역구에 위치한 오산천 제방에 물이 1.5m까지 차오른 사례를 들었다.
그는 “올해 여름 극단적 강우가 내렸을 때 오산천이 다행히 1.5m를 남겨두고 수위가 가라앉아 범람을 피했는데 사람들이 대피명령을 받아도 대피하지 않았다”며 “국회에 들어온 지 1~2개월도 되지 않아 지역구에서 기후위기가 만든 위험을 바로 체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산천은 내년 혹은 내후년, 몇 년 안에 반드시 범람하게 돼 있다”며 “오산천뿐만 아니라 전국 제방의 시설 기준을 과거 100년 강우가 아닌, 향후 100년 강우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 의원은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국회 안에서, 기반이 되는 지역구에서, 국제무대에서 할 일들을 소개했다.
그는 “국회 내에서 세미나를 정기척으로 개최하고 동료 의원들을 만날 때마다 기후생존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인식(perception)을 확산하는 노력을 해야겠다”며 “지역사회에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을 통해 극단적 기후변화가 가져올 위기를 예측하고 미리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칭 글로벌 기후적응펀드 등을 조성하고 국제공적원조(ODA) 사업을 활용해 뜻을 같이하는 기후생존행동 조직들을 다른 나라에서도 구성해 상호 협력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차 의원은 현재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기후생존행동에 관한 국제적인 연대와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현재 국제기후레짐을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수립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미국이나 중국 등 선진국들의 행태를 보니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현행 국제질서는 실패한 듯 싶다”며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정치·경제·사회 문제와 이로 인한 거버넌스 해체, 식량위기, 국제 분쟁 등 각종 위기들을 고민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의원은 “한국에서 조성한 기후대응기금은 닥쳐올 재난에서 사람들을 보호하는데만 사용해도 부족할 것”이라며 “기후생존행동을 위해 다음 1년, 5년, 10년 안에 완성해야 하는 일을 세심하게 나눠 계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