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근로자 100만 시대' 앞두고 안전 대책 등 점검
"이주민 근로자 인식 개선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 필요"
"범정부적으로 대응해 실효성 있는 해법 찾는데 힘써야"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이주민 근로자는 '새로운 우리(New Us)'다. 우리가 이들과 상생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할 수 없는 사회가 된다."
김석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주민근로자와의상생특위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고용허가제와 함께 외국인 선원, 계절근로자, 조선업 숙련기능인력 대상의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주민 근로자는 우리 산업 현장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합위가 이주민 관련 특위를 출범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이주민과의 동행특위'와 '이주민 자치참여 제고특위'를 출범한 바 있다. 이번에는 논의 대상을 이주민 근로자로 좁혔다. '이주민 근로자 100만 시대'를 앞둔 상황 속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이주민 근로자는 모두 92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취업자 수(2841만6000명)의 3.2%를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812명 가운데 이주민 근로자는 10.4%, 85명에 이른다. 지난 6월 경기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사망한 23명 가운데 18명도 이주민 근로자였다.
김 위원장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힘든 일자리를 이주민 근로자들이 채우고 있는 데다, 언어·문화 등에 대한 한계도 있어 재해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면서 "안전은 국적과 상관없이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이주민 근로자를 노동력 대응 수단이 아닌,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이주민 근로자 정책의 경우 법무부·고용부·산업부·교육부 등 다양한 부처가 밀접하게 관계돼 있어 부처 간 벽을 허물고 범정부적으로 대응해 실효성 있는 해법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이주민 근로자는 92만명에 이른다. 1990년대 산업연수생제도에 뿌리를 둔 고용허가제 중심의 이주민 근로자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1993년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이주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산업연수생제도'가 도입됐다. 입국 전 송출기관에서 일정 기간 연수를 받은 뒤 국내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주로 동남아 지역 출신 근로자들이 많았다. 우리 기업은 저렴한 인건비로 생산비 절감 효과를, 이주민 근로자는 기술 습득의 기회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부작용도 상당했다. 일부 업체들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강요했다. 폭력이나 욕설 등 인권 침해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이탈률이 증가하고 불법체류자가 양산됐다.
애초 목적과 달리 단순 기능 인력 확보 수단으로만 활용돼 정작 필요한 전문 기술직 종사자를 구하기 어렵기도 했다. 연수를 받는 3년만 체류 자격이 유지되고, 본국으로 귀국한 뒤 재입국해야만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4년 '고용허가제'가 도입됐다. 이주민 근로자는 내국인과 동일하게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등을 적용받고, 최대 4년10개월까지 일할 수 있게 되는 등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졌다. 하지만 시행된 지 벌써 20여 년이 흐른 만큼,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 그렇다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가?
"고용허가제와 함께 외국인 선원, 계절근로자, 조선업 숙련기능인력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제도들이 시행되면서 이주민 근로자는 우리 산업 현장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게 됐다. 특위가 이주민 근로자를 '새로운 우리'라고 표현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주민 근로자는 '새로운 우리'다. 이들과 상생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할 수 없는 사회가 되는 만큼, 이제는 노동력 공급자의 관점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시장의 수요에 맞게 제도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또 쉽고 편리한 행정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인구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만큼, 이주민 근로자들을 노동력 대응 수단이 아닌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 여기는 등 종합적인 시각에서 검토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미등록 외국인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미등록 외국인으로 인해 이주민과 성실한 근로자에 대한 오해가 생기고, 사회적 비용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출입국-체류-취업과정에서 미등록 외국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직활동기간 만료가 가까운 근로자의 우선알선을 비롯해 취업지원을 강화하는 등 제도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 밖에 불법고용을 단순한 행정제재 대상으로 여기지 않도록 사업주와 알선업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경기 화성 리튬 일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사건 등 최근 이주민 근로자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주민 근로자들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위험하고 열악한 일자리를 채우고 있는 데다, 언어와 문화 등의 한계도 있어 재해에 쉽게 노출된다. 하지만 안전은 국적에 상관없이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다. 무엇보다도 안전한 근로 환경을 만드는 것은 이주민을 포함해 우리 국민과 우리 사회의 안전 수준을 높이는 것과 같다.
이에 특위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기존 안전과 관련한 제안을 좀 더 구체화했다. 체류비자별로 제한적으로 진행된 안전 교육을 모든 이주민 근로자를 대상으로 확대하고, 정확한 정보 전달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모국어 병행 교육과 이주민 강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주민 근로자가 밀집된 영세사업장의 안전 취약성을 고려해 특별안전점검을 비롯한 관리 강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은 지난달 1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 안전 대책'에도 반영됐다."
▶ 특위가 이주민 근로자를 위해 펼친 노력이 있다면?
"통합위에서는 그동안 이주민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끌어왔다. 지난해 '이주민과의 동행특위'를 시작으로 같은 해 하반기에는 '이주민 자치참여 제고특위'를, 또 올해 3월에는 '이주민 근로자와의 상생특위'를 출범했다. 이번에는 이주민 근로자를 단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에 입국해 잘 적응하고, 나아가 '우리와 함께 사는 이웃'으로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제 집중했다. 무엇보다 이주민 근로자 정책의 경우 법무부·고용부·산업부·교육부 등 다양한 부처가 밀접하게 관계돼 있어 부처 간 벽을 허물고 범정부적으로 대응해 실효성 있는 해법을 찾는 데 주력했다."
▶ 부처 간 벽을 허물고, 범정부적으로 대응한다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려움은 없었나?
"쉽진 않았지만, 그동안 이주민 근로자 정책이 분절적으로 진행돼 실효성 있는 해법을 찾는 데 힘썼다. 근로 현장에는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민 근로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류자격을 가진 근로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수요 파악과 관리를 위한 통합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주민 근로자 통합수급체계와 통계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범정부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지역 노동시장의 특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인구 소멸 지역에 대한 정책까지 고려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와 협업도 이뤄져야 한다. 이주민과 관련한 정책은 범부처, 중앙-지방 간 협업이 필수적인 만큼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