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으로 자금 조달 차질…시장 불신도 커
현금성 자산 1억뿐…추가납입 없이는 신사업 스톱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코스닥 상장사 퀀텀온(옛 에이치앤비디자인)이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양자배터리와 태양광 모듈 제조업과 관련한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회사 경영권을 둘러싸고 최대주주의 잦은 변경과 분쟁, 그리고 여러 차례 번복된 자금 유치 계획에 대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무엇보다 신사업의 잦은 변경과 핵심사업의 부재로 인해 일부에서는 지금 회사가 추진 중이 사업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 신사업 추진 360억원 자금 조달…계속된 유예로 우려 시선
1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퀀텀온은 지난달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다각화를 위해 △양자배터리 관련 연구개발업 △태양광 모듈 제조업 △전기차 충전기 관련 연구개발 및 용역 사업 △모빌리티 관련 사업 △물리, 화학 및 생물학 연구개발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서울대학교 공대 출신인 김만식 암브라 CEO와 한양대학교 공대를 졸업한 이춘범 SCS 전무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또한 신규사업 추진을 위해 이달 중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180억원의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퀀텀온의 경우 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자금 조달에 차질을 겪은 바 있다.
예컨대 11일 20억원의 투자금 유치 예정인 유증 발행 건의 경우 지난 8월 13일 투자금 납입 예정이었으나, 투자자의 사정으로 네차례 일정이 변경됐다. 그 사이 투자자도 두차례 변경돼 현재 코리아에프티 신성장동력4호조합이 됐다.
오는 26일 60억원의 규모의 유증 역시 최초 지난 5월 21일 납입 예정이었으나, 8차례나 계획이 변경됐다.
이 밖에도 오는 30일 납입 예정인 100억원 규모의 11회차 CB 역시 9번이나 계획이 변경되면서 납입일이 4월 5일에서 지금 일정으로 미뤄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증이나 CB 등 당초 계획과 달리 계속 미뤄지는 회사일 경우 자금조달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회사의 경우 좀 더 주변 상황을 고려해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권고했다.
특히 11회차 CB의 경우 한차례 더 유예될 경우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코스닥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유증과 CB 발행 등 최초 공시한 납입 시점을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유예될 경우,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함께 벌점을 받게 된다.
또한 최근 1년간 누적 벌점이 8점 이상인 경우 1일간 매매거래정지 처벌을 받으며, 15점을 넘을 경우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퀀텀온 관계자는 “현재 공시한 대로 투자가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초전도제→양자배터리…본업 연계 적고 대주주 따라 ‘갈팡질팡’
무엇보다 퀀텀온이 최근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크다. 퀀텀온의 경우 오랜 기간 경영권 분쟁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추진 중인 신사업들도 현재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퀀텀온은 지난 3월 사명을 현재 이름으로 변경하고 초전도체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오며 관련 사업은 추진되지 못했다. 이후 지난 4월 크립토케어로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해당 사업의 경우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퀀텀온 관계자는 “최근 서울대 출신 사내이사를 새롭게 선임하며 양자배터리 관련한 사업에 대해 적극 투자해나갈 계획이다”라며 “초전도체 관련한 사업에 대해선 아직까지 투자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에서는 퀀텀온의 이번 신사업 역시 주력사업과 연계가 적어 향후 지속적으로 투자 및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퀀텀온의 사업부는 크게 △디바이스 사업부문(배터리 제조 및 유통) △부동산 분양대행사업부문 △부동산 광고대행사업부문 등으로 나뉜다. 향후 퀀텀온은 디바이스사업부를 IoT(사물인터넷)와 BATTERY(배터리)를 결합한 BOT 데이터 사업부로 키울 계획이다.
하지만 퀀텀온의 계획과 달리 디바이스사업부의 실적은 현재 미미한 상황이다. 퀀텀온이 공시한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디바이스사업부의 매출은 전혀 없다.
반면 상반기 매출액 393억원 중 종속회사인 대한종건(379억원)의 비중은 96.4%에 달한다. 참고로 대한종건은 분양건설 개발, 분양관리, 사업관리, 공공수주 등 업무를 주로 하는 회사다.
따라서 해당 신사업 역시 기존 사업과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더욱이 퀀텀온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5년째 누적된 적자로 인핸 신사업을 적극 추진할만한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회사다. 상반기 연결 기준 퀀텀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억4300만원에 불과하다.
다만 크립토케어가 퀀텀온의 최대주주가 된 이후 그간 겪어온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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