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오명쓰고 차떼기 사건으로 폐지
지구당 부활, 풀뿌리정치 vs 중앙당 강화 논란
韓 '외연 확장' 李 '당원 중심' 대권 포석 관측도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오세훈법으로 폐지된 지구당이 20년 만에 되살아날까. 한동훈 국민의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적지 않은 우려 속 '지구당 부활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 이유에 주목하는 시선도 많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당 대표 간 공감대를 형성한 ‘지구당 부활’ 법안이 이르면 이달 내 합의 처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야는 현역 국회의원과 원외 정치인 간 형평성 등 지구당 폐지의 부작용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역 의원들과 달리 원외 위원장들의 후원금과 사무실을 제한하는 현행법이 오히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편법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당 조직인 '지역당(지구당) 부활' 법안을 각각 발의한 윤상현 국민의힘·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 대표는 직접 축사에 나섰고, 이 대표는 서면으로 축사를 대신했다.
한 대표는 축사에서 "이 대표와 회담 당시 각 당에서 상당한 반발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라며 "20년 전에는 ‘지역당 폐지’가 정치개혁이 맞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외와 청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당 부활이 정치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서면 축사를 통해 "지구당 폐지가 지역에서의 정당 활동을 위축시키고 유권자의 정당참여를 제한한다"라며 "현역 의원과 원외 위원장 간 형평성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개혁이냐 퇴행이냐…지구당은 韓·李 대권 포석?
'돈 먹는 하마'로 불리던 지구당은 2002년 '차떼기' 사건과 맞물리면서 폐지됐다.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기업들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트럭째로 건네받은 일의 여파였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 도구보단 '불법 정치자금 투입' 경로로 더 크게 기능했던 게 폐지 원인이었던 셈이다.
지구당이 부활하면 또다시 불법 정치자금의 온상이 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양당 정치 구조를 강화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당장 지구당을 폐지한 오세훈 시장부터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등 소수정당에서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한 대표와 이 대표가 지구당 부활에 속도를 내면서 대권을 향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을 것이란 의심의 시선도 존재한다. 돈과 조직을 확장할 수 있는 지구당을 통해 한 대표는 '원외' 대표로서 원외 세력의 지지를 강화할 수 있고 이 대표는 전국 기반을 다질 수 있는 탓이다.
양당이 내세운 풀뿌리 정치 활성화라는 정치 개혁 명분과 달리 중앙당의 집권 강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럴 경우 정치 퇴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운영자금 문제의) 투명성, 공개성, 자립성을 확보된다는 게 전제되면 누구도 여기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지구당 운영의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유권자들의 정당정치 참여를 확대하면서도 투명한 회계 시스템 등을 마련해 불법 정치자금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